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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5월 13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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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말경 금융권의 도태기업 선정작업이 끝날 것으로 예고됨에 따라 재계는 ‘빅뱅’을 앞둔 폭풍전야처럼 긴장속에 위기감이 팽팽하다.
특히 거평 진로 해태 동아 효성 한화 한라 뉴코아 등 부실 계열사를 많이 거느리고 있는 상당수 그룹들은 벌써부터 그룹의 핵심부문까지 도려내는 구조조정에 자발적으로 착수, 재계의 커다란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5대그룹+α만 남는다〓부실기업 정리작업이 가속화하면 그동안 30대그룹 단위로 움직이던 재계가 5대그룹과 3,4개 소수그룹군으로 재편성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
금융계와 재계에서는 현대 삼성 대우 LG SK 등 5대그룹과 30대그룹중 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롯데(지난달말 현재 216.4%) 등 일부 그룹을 제외하고는 모두 금융기관의 확실한 지원없이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1월 한보그룹 부도사태이후 지금까지 부도가 났거나 자금난으로 협조융자를 받은 그룹은 모두 19개에 이른다. 이중 30대그룹에 포함되는 그룹은 모두 9개나 되고 이밖에도 2,3개그룹이 자금난에 빠져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부실그룹 정리가 끝나면 결국 5대그룹과 극소수 그룹만이 현재의 그룹 형태를 유지하고 나머지는 계열사 2,3개의 초미니그룹으로 축소되거나 아예 그룹이 해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대소소(大大小小)현상 심화〓부실기업들의 도태과정에서 구조조정 규모가 적은 5대그룹과 ‘몸통’마저 잘라내는 중견그룹들간의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튼튼한 현대 삼성 등 1,2위 그룹이 기아자동차 등 일부 부실기업을 인수할 경우 현재 총자산 규모가 10조원이상 벌어져 있는 3,4위 그룹(대우, LG)을 더욱 멀리 따돌리게 된다.
그 한참 밑에 SK가 계열사 10여개를 거느리며 5위를 유지하고 일부 견실한 그룹이 6,7위권에 올라 설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그룹들은 구조조정이 가속화하면 현재의 20∼30%만 남게 돼 군소그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기업살생부가 작성되는 과정에서 시중자금은 5대그룹 계열사 등 ‘살릴 기업’에만 몰리고 부실징후가 있는 그룹은 극도의 자금난을 겪는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심화할 것이 예견된다.
▼재벌제도 변화 불가피〓재계 판도가 소수그룹 중심으로 압축되면 그동안 30대그룹이라는 틀에서 규제하던 대기업정책도 손질이 불가피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총자산기준으로 30대그룹을 지정, 상호출자제한이나 여신규제 부당내부거래규제 등의 정책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30대그룹이 의미가 없어지면 경제력집중 규제대상 그룹을 5대 또는 10대그룹 정도로 대폭 축소하거나 규제기준을 ‘총자산규모 얼마이상’이라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
이한구(李漢久)대우경제연구소장은 “각 그룹이 계열사의 지분 일부만 매각할 경우 이를 계열사로 볼 것인지 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다”며 “현재 오너 등의 지분이 30%이상으로 돼 있는 그룹의 지배관계 규정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영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