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쟁점대담 下]재원조달 어떻게?

  • 입력 1998년 4월 6일 19시 59분


▼ 참석자

김영선:고속철 사업본부 자금국장

안종범: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김영선 한국고속철도국장〓경부고속철도 사업비가 5조8천억원에서 17조5천억원으로 늘어난 것을 놓고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추정한 최초의 공식 사업비는 5조8천억원이 아니고 93년 고속철도추진위원회가 의결한 10조7천억원입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국가경제가 어려워져 재원조달이 단기적으로는 힘들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경제가 회복되면 부담이 줄어들 것입니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경부고속철도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은 30∼50년을 내다보고 비용 및 편익분석을 해야 합니다. 사업비가 3배 이상 늘어난 것을 보면 분석을 제대로 했다고 보기 힘듭니다. 비용 및 편익 분석을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합니다.

김국장〓고속철도사업은 89년 교통개발연구원에서 타당성과 경제성 평가를 끝냈습니다.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던 작년 이를 다시 평가한 것은 사업비가 너무 늘어났다는 여론을 감안해 경제성을 다시 검토해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당시 사업비가 3배 늘었지만 편익도 3배 증가해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하자’거니 ‘하지 말자’거니 하는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안교수〓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것은 ‘하지 말자’고 결정하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대규모 국책사업의 기회비용을 점검해보면 다른 대안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재검토하자는 것이지요.

김국장〓고속철도 사업비 17조원은 재정지원 45%, 자체조달 55%의 비율로 조달한다는 계획입니다. 자체조달분 가운데 원화자금은 채권에, 외화자금은 해외차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원화자금은 IMF체제 돌입으로 시중 실세금리가 올라 조달이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채권을 인수하면 금리부담이 줄어듭니다.

안교수〓공공자금관리기금의 85%를 국민연금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고갈될 위기에 처해 시민단체들은 연금 운용에 실세금리를 반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IMF 이전에는 국민연금 운용금리와 실세금리의 차이가 1%포인트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5%포인트로 크게 벌어졌습니다. 실세금리를 반영할 경우 연금 금리도 결국 고금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늘어나는 이자를 어떻게 부담할 수 있겠습니까.

김국장〓프랑스가 94년 수출금융 형식으로 23억3천만달러를 이미 지급해 확보해둔 상태입니다. 16억달러는 연리 6.25%의 확정금리, 나머지 7억3천만달러는 리보+0.57%의 변동금리로 8년거치 10년 분할상환 방식입니다.

안교수〓추가로 해외에서 차입해야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뜻입니까.

김국장〓앞으로 사업비용으로 5억달러 정도를 추가로 해외에서 차입할 계획입니다. 국내에서 채권 발행이 어려워지면 장기저리로 이용할 수 있는 해외 차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용도에 제약이 없는 현금성 해외차입의 길만 열리면 자금 조달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추가 차입 시기도 국내 경제가 호전되는 2000년 이후로 잡고 있습니다.

안교수〓해외 차입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2,3년 후에 97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때 가서 해외에서 현금 차입을 하거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동원하겠다는 발상엔 무리가 있습니다.

김국장〓IMF 이전에는 프랑스 일본 등 외국에서 고속철도 사업과 관련해 서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앞으로 국내 상황이 호전된다면 고속철도 건설을 위해 외화를 차입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고속철도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인 시각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안교수〓4천7백억원에 달하는 민자유치 계획은 철도역사 건설이나 역세권 개발사업에 들어가는 것으로 돼있습니다. IMF 이후 정부의 민자유치 사업에 대한 기업들의 참여 열기가 식었습니다. 민자유치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부 재정이 떠맡아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외국기업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고속철도 일부 구간을 외국기업에 넘겨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금 부담도 덜고 기술 이전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김국장〓현실성이 없다고 봅니다. 이미 사업이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그같은 논란을 벌이면 자칫 사업을 지연시키고 비용을 증가시키는 문제가 일어날 뿐입니다. 사업계획을 수정해 사업비를 10조∼12조원으로 줄인다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재원을 확보하는데 별 문제가 없습니다. 경제 상황만 호전되면 17조원의 확보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확신합니다.

안교수〓IMF 상황에서 법인세 등 세금이 크게 줄어 2차 추경예산을 편성해야할 정도로 재정 상황이 어렵습니다. 2∼3년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매년 1조∼2조원의 재정지원에 큰 무리가 없다고 보는 것은 상황을 지나치게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정부 재정지원 부분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재원조달 방안을 확보해야 합니다.

김국장〓국가 경제가 어느 곳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실업자 고용차원에서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확대해야 합니다.

안교수〓불경기때 SOC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한정된 국가 재정으로 대규모 실업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고속철도에 대한 지원을 늘리려면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IMF라는 특수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김국장〓내년에는 고속철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시기입니다. 원칙에 대한 논란보다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어떤 방식으로 지원해야 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합니다.

안교수〓정상적인 경제상황이라면 사업계획을 세우고 재원조달 방안을 검토해야겠지만 지금은 재원조달 방안을 먼저 결정하고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재정지원을 최소화하고 민자나 해외유치를 확대하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 기회에 고속철도에 대한 총비용과 총편익을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이 진·황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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