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변칙증여」거론 재계 『긴장』

  • 입력 1998년 1월 24일 20시 39분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이 재벌의 구조조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뒤늦게 드러난 최종현(崔鍾賢)SK그룹회장의 변칙 증여문제를 둘러싸고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상적인 재벌 내부거래에 대한 단속으로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 재계에서는 구조조정을 가속하기 위한 압박용 채찍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가 된 거래〓94년 SK 계열사인 SK㈜(구 유공)는 주당 1만원에 출자한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백원에 최회장 장남 태원(泰源)씨에게 팔았다. 95년에는 선경건설㈜이 대한텔레콤 주식 30만주를 역시 4백원씩에 최회장 사위 김준일(金俊一)씨에게 매각했다. 액면가로 보면 태원씨는 67억2천만원, 준일씨는 28억8천만원의 이득을 챙겼으며 대한텔레콤이 상장될 경우 그 차익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 시비〓SK의 불법행위는 SK그룹이 최회장의 큰아들이 최대주주인 대한텔레콤으로부터 장비를 비싼 값에 구매하는 등 부당 내부거래를 했다는 점. 국세청에선 “주식을 주당 4백원에 매각한 것은 당시 평가액이 0원이었기 때문에 세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간접적인 피해자는 유공과 선경건설의 소액주주들. 두 회사는 대한텔레콤에 주당 1만원씩 출자했으나 SK는 이 주식을 거저나 다름없는 4백원에 넘겼기 때문. 주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출자한 뒤 발생한 이익이 총수의 친인척에게 고스란히 넘어간 것. ▼왜 지금 문제됐나〓공정거래위원회는 SK 내부거래 사실을 지난해 12월 발표하면서 시정명령을 내리는 선에서 그쳤다. 그런데 재벌총수의 증여문제를 다루지 않는 공정위의 이번 보고서에는 최회장의 편법증여 사실뿐만 아니라 당시 그룹 경영기획실장이 이같은 편법증여를 지휘한 사실까지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재계는 “개혁에 미온적인 재벌에 대한 압박여론을 조성하고 일부 재벌에 대한 위협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하면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혹스런 SK〓SK측은 이번 보고서가 대기업에 대한 김차기대통령측의 공개경고일 수 있으며 SK가 그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고 분석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는 특히 최회장이 재계의 이익집단인 전경련 회장이며 최근 ‘빅 딜’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밝히는 등차기정권의 개혁요구에미온적인 모습을보였다는 점을 걱정하는 분위기. 〈이 진·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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