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IMF 「경제운용 수정」]대량실업 예고

  • 입력 1998년 1월 9일 19시 51분


‘수출기업에 돈을 풀되 일반 국민은 허리띠를 바싹 더 죄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9일 수정협의를 통해 우리정부에 보낸 메시지다. IMF가 작년 12월초에 제시한 초긴축정책은 구조조정보다는 금융과 실물부문 동반붕괴를 불러왔다는 게 중론. IMF빚을 갚으려면 수출증대로 경상수지를 개선해야 하는데 오히려 수출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IMF는 한국경제의 현실을 감안, 한국정부가 돈을 넉넉히 풀도록 허용했다. 대신 정부는 성장률을 더욱 낮춰 고실업을 수용하기로 했다. 수출기업의 자금난은 크게 완화되지만 일반 국민들은 실업과 인플레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 달러벌이에 총력을 기울이라는 게 IMF의 추가권고인 셈이다. ▼사실상의 재협상안〓정부와 IMF는 외환 보유고확충과 수출지원에 역점을 뒀다. 수출을 늘려 경상흑자를 내는 것이 외환위기 해소의 선결과제라는데 공감한 것. IMF는 초긴축기조를 양보했고 우리정부는 저성장 고물가 고실업을 수용했다. 정치권과 경제계 일각에서 제기한 IMF재협상론이 상당부분 실현된 셈이다. 정부는 당장 외환보유고를 늘리는데 주력할 방침. 단기채권을 중장기채권으로 바꾸는 것을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외국은행들과 협의에 적극 나서고 신디케이트론(협조융자)과 국채발행을 통해 외화를 적극 유치하기로 했다. 국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외환보유고 관리에도 신경을 쓴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무분별하게 해외에서 단기자금을 조달했다가 일시적 상환요구를 맞았던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우선 한국은행이 국내금융기관에 지원하는 외화자금 금리를 대폭 올렸다. 하루물(오버나이트)을 포함, 한은지원 외화 금리를 현행 리보(런던은행간 금리)+10%에서 리보+15%로 인상했다. 기존 대출금에 대한 가산금리도 현행 4%에서 2월15일까지 8%로 점차 올린다. 당장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려면 고금리정책이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가신인도 회복을 통해 금리를 적정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금융부문 구조조정은 예정대로 엄격히 추진해나간다. 다음달 중순이면 종금사의 수정경영개선계획서가 나오고 제일 및 서울은행의 일부 경영진 퇴진과 제삼자 인수 등이 이뤄진다.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온다〓경제성장률을 당초 3%에서 1∼2%로 낮춤에 따라 대량실업이 불가피해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에서 9%로 높아지면서 가계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올해 실업률은 당초 3.9%(실업자 85만명)에서 5%(실업자 1백만명)로 크게 높아질 전망. 지난해말 현재 실업자수 50여만명과 비교하면 올해 실업자는 2배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게다가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해야 하는 만큼 이에 따른 실업자도 적지 않을 전망. 당장 인수합병, 폐쇄되는 금융기관의 임직원들과 부도를 당하는 한계기업의 근로자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 대졸자 취업은 기업의 신규인력 채용 기피로 매우 힘들어진다. 특히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 도입으로 일자리를 지킨 직장인들도 고용이 불안해진다. 환율불안이 계속될 경우 물가도 두자릿수가 불가피하다. 이미 나타난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적 불안이 가속할 전망이다. ▼수출기업의 자금난은 다소 풀린다〓총유동성(M3)증가율 목표가 당초 9%에서 1.4분기중 13∼14%(본원통화증가율은 14.9%)로 높아져 우량기업들은 부도사태에서 벗어날 전망. 본원통화를 기준으로 할 때 3월말에는 시중에 23조5천억원 가량이 풀린다. 작년말보다 약 1조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재정경제원은 수출관련 원화자금을 한은 총액한도대출로 지원해주고 수출용 원자재 수입을 위한 외화자금도 외환보유고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한은은 원화자금 운용에 여유가 생김에 따라 은행들의 수출환어음 담보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지원하기로 했다. 한은은 연리 12%로 시중은행에 지원하고 시중은행은 한은자금으로 수출기업의 수출환어음 담보대출에 연리 15%로 지원하게 된다. 또 수출환어음을 외국은행들이 살 수 있도록 허용, 기업의 자금난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작년 연말부터 한은은 통화환수에 나서고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를 맞추기위해 대출금을 과도하게 회수하면서 특히 기업들은 극심한 자금부족에 시달려왔다. 〈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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