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기간-금액-이율 안따지고 자금확보 총력전

  • 입력 1997년 12월 25일 20시 29분


대출기간 및 금액 이자율을 따지지 않는다는 「삼불(三不)」시대를 맞아 재계의 자금확보는 거의 무차별적이다. 「빅3」이라는 삼성 현대 LG그룹 자금담당들조차 돈을 꿰맞추느라 연일 밤을 새우고 있다. L그룹 등은 연말까지 남은 기간에 자금난이 최악에 이를 것으로 보고 계열사 자금전문가들을 총동원,전담팀을 구성했다. ▼기존 자금확보선〓재계가 가장 우선적으로 매달리는 돈창구는 기업어음(CP)할인. 한외 한불 한국 등 믿을 만한 5대 종합금융사나 은행 신탁계정을 통해 CP할인에 나서고 있다. 주요 그룹 발행 3개월 만기 CP는 이미 연이율이 35%대로 치솟았지만 이율을 따질 겨를이 없다. 지난 16일 월별 발행제한액이 폐지된 회사채 쪽도 주요 자금확보 수단이지만 비중은 CP만 못하다. ▼신규 자금통로〓연내 은행들이 자기자본을 늘리기 위해 발행할 후순위채권에 기업들은 「눈독」을 들이고 있다. 후순위채를 사주는 기업들엔 은행들이 대출을 연장해주거나 신규대출을 은밀히 약속하기 때문이다. 구속성예금(꺾기)에 대해 은행들이 질권(質權)을 설정하도록 허락해 은행들의 자기자본 비율을 높여주는 방법으로 대출을 이끌어내는 기업도 늘고 있다. 최근엔 대기업 해외법인이 현지에서 구해 쓰고 남은 외화를 우리은행 현지법인에 빌려주고 그만큼 국내에서 원화를 빌리는 새로운 「기법」도 등장했다. ▼무차별 자금확보의 파장〓회사채 이율이 연 30%를 넘으면서 삼불시대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대규모 시설투자를 앞둔 D그룹 최고경영자는 『운좋게 돈을 꾼 기업들은 내년부터 30% 이상 수익을 내야하는 현실이 막막하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내정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