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외환-주식시장 현황]금융신뢰 붕괴 『신용공황』

  • 입력 1997년 12월 10일 20시 27분


「신용공황이 따로 없다. 한국 금융시장의 지금 모습 그대로다」. 금융시장에 신뢰관계가 무너짐에 따라 국내 자금시장, 외환시장, 주식시장은 가히 신용공황 상태다.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자금시장에서는 종합금융사의 부도를 선뜻 막아주겠다는 은행들이 나서지 않는다. 외환시장은 달러당 1천5백65원에 사겠다는 주문이 쇄도했으나 「팔자」세력이 끊겼다. 주식시장은 채권시장 개방으로 반짝 오름세를 탔다. 그러나 달러로 「한국채권」을 사겠다는 외국인이 얼마나 올지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 ▼자금시장〓종금사 5곳을 추가로 업무정지시킨 뒤 남아 있는 16개 종금사의 예금고객들을 안정시키는게 문제해결의 출발점.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연말까지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을 8%이상으로 맞추기 위한 은행들의 운용행태로 인한 종금사들의 연쇄부도 위기 때문이다. 은행은 자기자본비율 산정 때 「대출금〓위험자산증가」로 기록되기 때문에 위험자산으로 치지 않는 국채나 통화안정증권만 매입한다. 종금사와 기업을 믿지 못해 새 대출은 안한다. 대다수 기업들은 종금사가 돈을 조달해오는지 여부에 목을 걸고 있다. 종금사가 부도나면 수십개 중견기업 대기업들이 한꺼번에 쓰러지게 돼 있다. 단기자금이건 장기자금이건 연 20%를 훨씬 넘는 금리를 내겠다고 해도 은행 돈은 나오지 않는다. 급기야 한국은행은 서울소재 및 지방소재 종금사들을 각 은행에 짝을 지워준뒤 『해당 종금사에 고객들의 인출요구에 언제든 응할 자금을 대라』고 지정하게 됐다. ▼외환 및 주식시장〓외환시장은 종금사들의 외화부도위기 때문에 밀려드는 매입주문이 계속된다. 주식을 팔고 한국을 떠나려는 외국인투자자들도 『환율이 더 올라 앉아서 손해보기 전에 달러를 달라』고 주식매각자금(원화)을 들이민다. 국제통화기금(IMF)자금이 찔끔찔끔 들어오지만 상습적인 수요초과와 환율급등에 멍든 달러수요자들은 시장을 믿지 못한다. 한국 금융기관을 믿지 못하는 심리가 국제금융시장에 완전히 퍼져 있어 달러를 빌려올 곳은 없다. 외국은행 국내지점도 『본점으로부터 한국기업들에 대한 외화대출한도를 줄이거나 폐쇄해야 할 뿐 반대로 늘리라는 지시는 아직 없다』고 말하고 있다. 과거 분위기라면 채권시장 문을 열면 물밀듯 밀려왔을 달러도 얼마나 들어올 지 알 수가 없다. 달러만 들어온다면 주식시장 뿐 아니라 자금시장과 외환시장의 문제가 한꺼번에 풀릴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신용공황 상태인 것이다. 〈윤희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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