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우리측이 이행해야 할 조건에 관한 협상이 30일 마무리단계에 들어감에 따라 우리 경제에 「IMF 태풍경보」가 내려졌다.
IMF 요구의 수용은 당장 은행과 종합금융사 등 일부 금융기관의 파산과 한계기업들의 부도사태 및 대량 실업이 불가피해짐을 뜻한다.
정부와 IMF는 이날 막판 쟁점인 금융기관 정리방식과 경제성장률 하향폭을 놓고 최종 조율을 벌였으며 그 결과에 따라 1일 자금지원 규모와 지원 조건을 발표한다.
우리측은 대량 실업사태를 우려, 내년 성장률 목표를 급격하게 낮추지 말고 4∼5% 정도로 잡자는 입장이었지만 IMF측은 2%대의 초(超)저성장을 고집, 결국 정부가 IMF의 뜻대로 2.5∼3%선으로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기관 정리방식에서도 IMF는 부실이 심한 은행과 종금사를 과감하게 파산 정리하라고 주문, 인수합병(M&A)을 제안한 우리측과 마찰을 빚었다.
협상에 나선 재정경제원측은 결국 일부 금융기관의 정리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주중 IMF의 구제금융을 받지 못하면 국가파산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IMF도 이같은 점을 잘 알기 때문에 부실 금융기관의 파산 정리를 강력히 요구한 것.
▼금융기관 정리〓IMF는 한국의 금융 구조조정 방안에 강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특히 부실 종금사의 해외자산을 우량은행에 넘기기로 한 것은 「선단식(船團式)경영」의 대표사례라고 지적했다. 우수한 기업이 부실 기업을 도와주는 재벌 경영형태와 다를 게 없다는 것.
아무튼 IMF측 요구에 따라 일부 은행과 종금사의 파산정리사태가 당장 눈앞의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IMF측은 일단 한달내에 「살생부」를 작성, 즉시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내년 1월중 몇개 금융기관의 정리가 불가피해진다.
이럴 경우 국내 금융시장은 일시적으로 일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은행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고 만다. 정부가 모든 예금의 원리금 지급을 보장했지만 신뢰도가 낮은 은행들의 예금인출사태도 예상된다. 하지만 살생부에서 살아남는 은행들은 오히려 해외신용도가 올라가면서 건전경영의 틀을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계 은행과의 합작도 활발해지면서 금융산업의 판도가 바뀐다. 금융산업의 개방과 국제화가 타율에 의해 진척되는 셈.
▼거시경제 영향〓2∼3%대의 저성장과 예산삭감이 불가피해지면서 각종 정부주도 대형공사의 차질과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불황의 장기화가 예상된다.
성장률 1%포인트 하락은 실업자 10만명을 양산하는 효과가 있다. 성장률 목표 하향조정만으로 최소한 30만∼40만명의 실업자가 쏟아져 나온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내년 실업률이 6∼7%에 이를 전망.
게다가 금융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정리해고되는 인력을 감안하면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구분없이 실업한파를 맞게 된다.
또 재정건전화에 대한 IMF측 요구에 따라 부가가치세율이 1%포인트 인상되면 이는 사업소득자의 수입감소로 연결되고 결국 국민의 소득감소로 이어진다. 환율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압력이 벌써부터 높아지고 있어 임금동결 혹은 삭감이 예상된다. 결국 근로자들의 실질소득은 올해보다 대폭 줄면서 사회적 불안도 증폭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고비용 저효율구조가 크게 개선되면서 산업경쟁력이 강화되는 측면도 있다.
〈임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