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신청이 불러온 파장이 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금융관계자들은 「비상시국」이라는 표현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80년대 이후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속수무책이다. 삼성 현대 LG 등 빅3가 발행한 회사채는 명동 사채(私債)시장 금리보다 높게 쳐줘도 팔리지 않는다. 중견기업은 보증을 받을 수 없어 회사채발행은 아예 포기한 상태. 금리 금액 기간을 묻지않고 자금요청을 하고 있으나 은행은 「금고」를 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금시장 경색과 이에 따른 금리상승 현상은 IMF의 경제간섭이 구체화할수록 가속도가 붙을 조짐이다.》
▼ 자금시장 동향
기업어음(CP)금리가 사상최고 수준인 연 21%대로, 회사채수익률은 5년7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폭등했다.
25일 채권시장에서는 1천8백20억원의 회사채가 발행됐으나 「사자」주문이 별로 나오지않아 거래 자체가 한산했다.
특히 이날 회사채는 삼성전자 1천억원, 현대전자 5백억원, 대우기전 3백억원 등 우량업체 물량인데도 관심을 끌지 못했다. 회사채수익률은 연 17.60%로 지난 92년 4월20일 이후 최고 수준.
기관투자가들은 『얼마 안있으면 회사채금리가 연 20%를 넘을텐데 지금 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IMF 구제금융 대가로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 이행되면 한계기업의 부도속출과 기업 자금난이 불을 보듯 뻔한데 회사채같은 장기물을 구태여 지금 매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
하루짜리 콜금리도 최악의 자금난을 겪고있는 종금사들이 금리금액기간을 묻지않고 콜차입에 나서고 있어 연일 폭등세.
한국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이날 만기가 돌아오는 종금사 콜차입금이 무려 2조7천억원으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귀띔했다.
91일짜리 CP할인율도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CP발행을 무차별적으로 늘리고 있으나 종금사의 매수여력이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라 연일 폭등하고 있다. 이날 CP금리는 전날보다 2.53%포인트 폭등한 연 21.05%로 지난 88년12월 거액CP제도가 도입된 이후 사상 최고수준이다.
한편 이날 주가는 사흘째 하락,종합주가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1.05포인트 떨어진 439.59를 기록해 사흘동안 66.48포인트 떨어졌다. 오전 한때 27포인트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정부가 자금출처조사를 면제하는 실명 장기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하락폭이 줄어들었다.
〈이강운·정경준기자〉
▼ 금융기관간 거래 경색
최근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되면서 금융기관에서 기업으로의 자금흐름은 물론 금융기관에서 금융기관으로의 자금흐름마저 막히고 있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요청으로 종합금융사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면서 은행권이 부실이 많은 종금사에는 자금제공을 극도로 피하고 있다. 이 때문에 24일에는 11개 종금사가 1조4천억원의 원화자금을 은행 영업시간안에 결제하지 못해 25일 새벽까지 자금을 구하느라 애를 태웠다.
S종금사의 자금과장은 『종전에는 은행권이 종금사의 신용도를 문제 삼아 자금제공을 하지 않는 일은 거의 없었으나 요즘은 자금에 여유가 있어도 정리 가능성이 높은 종금사에는 자금제공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 자금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2일 은행권의 지급준비금을 점검한 결과 1조6천억원이 남아 한은이 이를 환수하는 등 은행의 유동성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편』이라고 밝혔다. 금융계는 『종금사 등 제2금융권은 자체 자금난 때문에 기업 대출을 하기가 어렵다』면서 『기업자금사정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금융권 내부의 자금흐름부터 원활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