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김영삼(金泳三)정권 말기를 맞아 정부의 독점 국책사업을 잇따라 비판하며 사업 신규참여를 위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현대우주항공은 정부가 지난달 말 한국형 고등훈련기(KTX2) 개발사업의 주계약자로 삼성항공을 최종 확정한데 대해 13일 『사업추진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현대 관계자는 『정부가 미국정부와 KTX2 기술이전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삼성을 주계약자로 확정하고 1조6천억원의 예산까지 배정한 것은 예산 낭비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삼성의 사업은 수출판로가 보장돼있지 않아 사업전망이 불투명하다』며 『현대가 독일의 항공업체인 다사와 KTX2를 공동개발할 경우 개발비용이 삼성보다 적게 들고 수출판로도 확보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현대중공업 김정국(金正國)사장은 지난달 말 『국방부가 복수경쟁원칙을 무시한채 2조원 규모의 차기 잠수함사업을 대우중공업에 주려한다』며 공개입찰을 요구, 정부의 입장을 수정시켰다.
현대그룹은 또 중앙정부를 제쳐놓고 경상남도와 건설추진계약을 체결, 숙원의 고로(高爐)제철소 사업을 기정사실화했다.
현대의 이같은 공세적 경영에 대해 재계는 『현대가 문민정부 초기와 같은 불이익은 없을 것으로 판단, 차기 정부에서의 사업전개까지 염두에 두고 포석을 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또 재계 한편에서는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후계구도를 놓고 정몽구(鄭夢九)회장 형제들이 경쟁적으로 실적쌓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영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