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창원공장 「생산성과의 전쟁」현장 르포

  • 입력 1997년 11월 11일 19시 36분


전반적인 내수불황으로 어느 업종보다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전업계. 그만큼 위기를 극복하려는 생산현장의 몸부림은 처절하다. 8천여명이 연간 2조5천억원어치의 백색가전제품을 생산, 국내 단일 가전공장으로는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LG전자 창원공장도 예외는 아니다. 이 공장은 지난 3년간 신규인력을 거의 채용하지 않았다. 사업 해외이전 등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괜히 몸집을 불렸다가는 인력해고만 부른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인건비 증가도 큰 부담이 됐다. 이 공장 김쌍수(金雙秀)사업본부장은 『처음에는 노조의 반발이 심했으나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고 「있는 인력으로 열심히 하자」고 설득한 결과 노조도 승복했다』고 말했다. 우선 부서조직을 통폐합해 사무관리직의 30%인 7백여명의 여유인력을 올해 혁신프로젝트팀에 재배치했다. 모두 1백48개 프로젝트팀이 공장의 모든 관행을 뜯어고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결과 한정된 협력사에 의존했던 부품조달을 전세계 부품업체로 확대,싼 값에 공개입찰하는 「글로벌 아웃소싱제도」 등 새로운 제도를 잇따라 도입할 수 있었다. 냉장고라인의 컨베이어벨트에는 근로자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7백개의 공정을 없애 컨베이어벨트의 길이를 4백50m에서 3백m로 줄였기 때문. 덕분에 투입되는 근로자는 2백50명이 준 반면 생산능력은 50% 늘었다. 조리기기라인 등 일부라인에는 아예 컨베이어벨트가 없다. 대신 5∼6명의 인력들이 원반에 둘러서서 한 제품씩을 만들고 있다. 셀(cell)생산방식으로 생산량은 과거보다 2배가 증가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 청소기 에어컨라인에서는 주부들을 만날 수 있다. 사원 가족들이 생산물량이 갑자기 몰릴 때 나와서 일하고 있는 것. 이같은 「가족생산라인」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 9월까지 실적이 14.5% 늘기는 했다. 그러나 판매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최근 환율상승으로 인한 외국바이어들의 수출가격인하 요구는 김본부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이제 시작입니다.중국 동남아 등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생산성을 높여 가격을 낮추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죠』 〈창원〓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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