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내수불황으로 어느 업종보다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전업계. 그만큼 위기를 극복하려는 생산현장의 몸부림은 처절하다.
8천여명이 연간 2조5천억원어치의 백색가전제품을 생산, 국내 단일 가전공장으로는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LG전자 창원공장도 예외는 아니다.
이 공장은 지난 3년간 신규인력을 거의 채용하지 않았다. 사업 해외이전 등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괜히 몸집을 불렸다가는 인력해고만 부른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인건비 증가도 큰 부담이 됐다.
이 공장 김쌍수(金雙秀)사업본부장은 『처음에는 노조의 반발이 심했으나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고 「있는 인력으로 열심히 하자」고 설득한 결과 노조도 승복했다』고 말했다.
우선 부서조직을 통폐합해 사무관리직의 30%인 7백여명의 여유인력을 올해 혁신프로젝트팀에 재배치했다. 모두 1백48개 프로젝트팀이 공장의 모든 관행을 뜯어고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결과 한정된 협력사에 의존했던 부품조달을 전세계 부품업체로 확대,싼 값에 공개입찰하는 「글로벌 아웃소싱제도」 등 새로운 제도를 잇따라 도입할 수 있었다. 냉장고라인의 컨베이어벨트에는 근로자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7백개의 공정을 없애 컨베이어벨트의 길이를 4백50m에서 3백m로 줄였기 때문. 덕분에 투입되는 근로자는 2백50명이 준 반면 생산능력은 50% 늘었다.
조리기기라인 등 일부라인에는 아예 컨베이어벨트가 없다. 대신 5∼6명의 인력들이 원반에 둘러서서 한 제품씩을 만들고 있다. 셀(cell)생산방식으로 생산량은 과거보다 2배가 증가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
청소기 에어컨라인에서는 주부들을 만날 수 있다. 사원 가족들이 생산물량이 갑자기 몰릴 때 나와서 일하고 있는 것. 이같은 「가족생산라인」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 9월까지 실적이 14.5% 늘기는 했다. 그러나 판매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최근 환율상승으로 인한 외국바이어들의 수출가격인하 요구는 김본부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이제 시작입니다.중국 동남아 등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생산성을 높여 가격을 낮추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죠』
〈창원〓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