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0일 1천원대에 육박한데 이어 앞으로도 상당기간 가파른 상승세가 예상됨에 따라 내년도 사업계획을 작성중인 기업들이 대혼란을 겪고 있다. 달러화 상승에 따라 사업계획을 부분 손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나리오 계획」으로 전환하거나 환율상승을 수익증대로 연결할 수 있도록 수출 총력체제를 점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매출 55조원, 투자5조원」의 내년도 사업계획을 발표했던 선경그룹은 최근 환율폭등으로 매우 난감해하고 있다. 전략기획팀 관계자는 10일 『사업계획이 한순간 엉터리가 됐다』며 『변수가 워낙 많아 어떻게 수정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대우그룹 경영관리팀 임원도 이날 『달러당 1천50원을 참고환율로 각 계열사에 내려보냈다』며 『사업장이 전세계에 퍼져있어 환율예측이 틀리면 사실상 사업계획이 휴지조각이 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내년 경영계획 작성을 그동안 미뤄온 현대그룹은 최근 「환율수준과 관계없이 환율상승을 수출증대로 연결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하고 해외시장 공략을 전계열사에 지시했다. 현대측 한 관계자는 10일 『환율급등으로 가격경쟁력 역시 급속히 회복될 것이기 때문에 일단 내수불황을 해외시장에서 극복하기로 방향을 정했다』고 밝혔다.
LG그룹은 구본무(具本茂)회장의 지시에 따라 계열사마다 3가지의 가상환율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별로 사업계획을 마련했다. LG전자의 경우 내년도 예상평균환율을 △정상(9백50원) △호전(8백98원) △악화(1천47원)로 각각 나눠 「악화」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절하폭에 맞춰 달러화가 많이 필요한 해외투자 등을 줄일 방침.
삼성그룹은 내수불황에 이어 환율 급상승까지 겹쳐 내년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 9백80원을 기준환율로 사업계획을 짰던 계열사들은 최근 투자계획을 전면 삭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그룹 전체적으로 내년엔 올해보다 더욱 강도높은 군살빼기에 나설 움직임이다.
〈이영이·박래정·이 진·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