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법정관리]정부,『경제불안』여론 업고 전격 강공

  • 입력 1997년 10월 22일 20시 36분


1백일 가량을 끌어온 기아사태는 「법정관리」라는 정부의 정면돌파 선택으로 일단락됐다. 지난달말 부도유예협약 시한을 앞두고 초읽기에 몰렸던 기아그룹 경영진은 기습적으로 「화의신청」이라는 「패」를 쓰면서 반전을 노렸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은 기아측과 노동계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패를 과감하게 해소했다. 기아문제의 조속처리 없이는 현재의 경제불안을 완화할 수 없다는 여론의 대세를 업은 정공법인 셈. 기아로서는 「김선홍(金善弘)회장 조건부 퇴진」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써보지도 못하고 결정타를 맞았다. 기아측은 결국 그룹 공중분해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 등의 반발도 국민경제 전체의 안정도모가 절실하다는 주변 분위기 때문에 대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제 기아자동차의 정상화와 새주인찾기, 국민경제가 입은 후유증 치료가 정부와 채권단이 떠안아야 할 과제다. ▼정부의 수중에 들어간 기아자동차〓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는 금주중 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이 들어간다. 기아자동차는 법정관리하에서 산업은행 대출금의 출자전환으로 산은 자회사가 되면서 동시에 공기업이 된다. 이에 따라 기아의 주인은 일단 산은이 되며 산은은 채권단과의 협의로 4천억∼5천억원의 운영자금을 긴급 투입하게 된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경영을 책임진 이상 기아자동차는 어떤 형태로든 정상화길을 걷게 되고 일단 궤도에 오르면 제삼자매각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급박했던 하루〓21일 오후 협조융자협약 추진 및 비자금수사 연기 등 특단의 조치에도 움츠러든 증권시장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오후 4시 강경식(姜慶植)부총리는 김인호(金仁浩)청와대경제수석 임창열(林昌烈)통상산업부장관과 비밀회동을 갖고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의 법정관리를 최종 결정했다. 22일 조찬간담회 형식으로 2차 대책회의를 가진 강부총리는 오전 11시 기아자동차의 법정관리를 전격 발표했다. 1백일간 끌어온 기아사태의 최종해법은 이렇게 전격 결정된 것이다. ▼법정관리의 수혜자〓재경원은 대기업부도로 불안심리가 확산된데다 기아문제 해결만이 경제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길이었다고 강조했다. 즉 정부와 채권단은 화의를 포함한 모든 안을 놓고 고민했지만 국민경제를위해선 법정관리하에 공기업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화의제도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최소한 3개월이 걸리는데다 모든 채권기관이 화의조건에 100% 동의하지 않으면 화의 추진이 결국 실패로 끝나기 때문에 경제가 이를 참아내기 어렵지만 공기업화하면 교체되는 경영진을 제외하곤 근로자와 협력업체 모두가 혜택을 입게 된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하지만 기아측은 법정관리가 그간의 시나리오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기아를 특정기업에 넘기기로 작심한 뒤 그간 명분을 축적해오다가 경제위기 사태를 맞아 본심을 드러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기아노조는 총파업을 결의하고 경영진도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자칫 기아그룹의 완전한 파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법정관리는 최소한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여 주가 환율 금리 등을 안정시키는데 일조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을 줄이고 기아자동차의 공기업화로 채권금융기관의 대외신용도 회복에 확실히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기아자동차의 매각이 임박하면 국내 자동차산업은 한바탕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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