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외화조달 비상…30일∼내달 3일 최대고비

  • 입력 1997년 9월 29일 20시 43분


기아그룹의 처리방향을 놓고 채권단과 기아그룹이 첨예한 입장 대립을 보이면서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아사태의 혼미로 금융기관들의 해외신인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30일부터 다음달 3일 사이에 최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하필이면 △30일은 일본계 은행의 반기결산 마감일 △10월 1, 2일은 홍콩금융시장 휴장 △개천절인 3일은 국내 외환시장 휴장 등으로 겹치다보니 단기 외화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린 것.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일본계 은행들이 결산을 앞두고 자산 대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금융기관에 빌려준 돈의 20%가량을 회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마감일인 30일에는 자금 회수가 집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국내 금융기관들은 단기자금의 상당 부분을 홍콩금융시장에 의존하고 있으나 1, 2일이 휴일이어서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진다. 3일에는 국내외환시장에서도 돈을 빌릴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단기자금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으나 일부 은행과 종금사들은 충분한 결제자금을 확보해 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P지점장은 『올들어 한국계 금융기관들의 하루짜리 초단기자금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면서 『금융기관들이 이번 고비를 넘기기 위해서는 최소한 일주일짜리 자금을 빌려야 하는데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외에서 자금차입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금융기관들이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럴 경우 외환시장도 거센 달러화 상승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정규영(鄭圭泳)국제부장은 『금융기관들의 외화자금 사정을 면밀히 체크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큰 어려움이 없다』면서 『문제가 생기면 적절한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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