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 처리를 놓고 고심해온 정부가 법정관리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추가 자금지원을 통한 기아의 자력회생은 사실상 물건너 가고 김선홍(金善弘)회장 중심의 현 경영진 퇴진도 불가피해진다.
국제통화기금(IMF)총회에 참석중인 강경식(姜慶植)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은 24일 『기아그룹이 채권은행단과 사전협의 없이 화의를 신청함에 따라 부도유예협약은 무효화됐다』며 『앞으로 법원의 결정에 의해 기아그룹이 부도가 나더라도 기아 및 협력업체를 위한 별도의 정부대책을 마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부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법정관리는 경영권은 잃지만 추가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반면 화의는 경영권은 유지되지만 추가자금을 지원받을 수 없다』고 설명하고 『기아의 화의신청으로 채권금융단이 추가자금을 지원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기아가 부도나면 국민경제에 피해를 주기는 하겠지만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기아가 져야 한다』고 부연, 정부가 기아의 법정관리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강부총리의 발언은 그동안 채권단과 기아측과의 합의를 통한 「기아살리기」쪽으로 해법을 모색해온 정부의 기조가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기아자동차 등은 시기가 문제일뿐 부도처리후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하청업체들은 연쇄도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증현(尹增鉉)재경원 금융정책실장도 이날 『총부채가 8조5천억원에 달하는 기아자동차가 경쟁력있는 자동차업체로 살아남을 지는 의문』이라며 『법정관리가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화의를 통해 기아가 살 지는 의구심이 든다』며 『어떤 경우든 기아자동차를 살린다는 말은 이제 「가능한 한」으로 바꿔야 한다』고 정부의 입장이 변화했음을 분명히 했다.
〈임규진·홍콩〓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