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불안 원인과 파장]달러 사재기가 상승 부채질

  • 입력 1997년 8월 26일 19시 49분


우리 돈의 미국 달러화에 대한 가치가 연일 하락, 환율이 치솟아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시장상황은 달러화의 순수한 수급에 의한 것보다는 사재기 심리에 더 영향을 받고 있어 주목된다.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달러당 9백원 시대가 되자 금융기관과 기업이 모두 일종의 불안심리에 있는 것같다』며 『일부에서는 환투기성 거래도 눈에 띈다』고 달러가수요에 의한 환율급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曺東徹(조동철)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위원은 『외환선물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기물은 9백20∼9백30원선에 형성될 정도로 9백원선을 심리적인 저항선으로 보고 있지 않은데 우리는 필요이상으로 과민반응하는 것같다』는 견해를 보였다. 金錫東(김석동)재경원 외화자금과장은 『원유수입결제대금 수요가 몰린데다 환딜러들의 투기까지 가세하면서 환율이 이상급등하고 있으나 곧 안정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환율은 최근 왜 급등하는가〓韓相春(한상춘)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시장상황은 달러화 수급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앞으로 외화차입 사정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심리가 달러화에 대한 가수요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25일의 정부발표는 지난 3월말의 자본시장 조기개방 대책과 흡사해 정부가 취할 수단이 많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千日英(천일영)현대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동남아 외환위기가 파급될 것으로 각국 투자가들이 주시하는데 한국 금융기관들의 신용도가 하락했기 때문』이라며 『더구나 한은의 방어력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도 딜러들 사이에 생긴 것같다』고 진단했다. 金柱亨(김주형)LG경제연구원 이사는 『연초엔 원화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강했으나 금융시장 리스크가 커지고 기업부실화가 급속히 진전돼 경제불안 자본수지가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게 된 것이 달러화 수요를 촉발했다』고 말했다. ▼얼마나 올라갈 것인가〓대우의 한위원은 『9월은 일본은행들의 반기결산기로 달러 수요가 많기 때문에 불안심리가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고 9월말엔 9백10원대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현대의 천위원은 『9백5∼9백10원사이에서 외환당국이 강도높게 개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상승을 더 방치하면 외국인 주식자금도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李應白(이응백)한은외환시장과장은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외환당국이 할 수 있는 수단은 모두 동원할 것』이라며 『연말에는 9백원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어떤 영향이 있나〓대우 한위원은 『적정수준 환율을 8백90∼9백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지금 환율 수준은 환차손 외채누증 인플레 위협 등을 줄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은 수준이다. 특히 환차손은 상반기에만 2조원대로 추정되는데 이같은 손실이 지속될 경우 재무구조 악화로 신용도가 추락하는 연쇄적인 악영향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LG 김이사는 『기업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되는 등 기업 부담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책대응 어때야 하나〓대우 한위원은 『투기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시급하며 기아사태 등도 빨리 가닥을 잡아야 한다』면서 『안이하게 시장에만 맡겨놓을 정도로 우리 시장이 성숙된 것은 결코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대선 등으로 당국이 취할 수 있는 정책이 한정돼 있어 문제』라고 우려했다. LG 김이사는 『무너지도록 방치하지 않으려면 빨리 해야하는 데 25일 정부정책은 대표적인 실기 사례』라면서 『추가대책을 내놓으면 정부의 신뢰성만 잃게되고 불안감을 더욱 확산시킬 가능성이 크므로 그냥 두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김이사는 『새로운 환율수준을 안정화시키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하며 정부가 용인할 수 있는 달러화 수준을 책임있는 당국자가 적극 암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윤희상·박내정·정경준·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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