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경제대책회의]「경제위기」 손발 못맞추는 黨政

  • 입력 1997년 8월 23일 20시 25분


23일 서울 여의도 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경제종합대책위원회 회의는 마치 정부 성토장 같았다. 이날 회의에서 소속 의원들은 하나같이 정부측이 현재의 경제위기상황을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에 빠져 현장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정부의 대책은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하다』 『모든 책임은 일선에 떠넘기고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등의 비난이 마구 쏟아진 것. 이 때문에 이날 회의에 참석한 姜萬洙(강만수)재정경제원 차관은 의원들의 비난에 혼쭐이 났다. 특히 강차관이 『최근 1개 회사가 진성어음을 할인받지 못한 사례 외에는 금융기관에서 어음할인이 잘 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의원들은 발끈했다. 의원들은 『지금 많은 기업들이 어음할인이 전혀 안되고 있고 운영자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 현실을 모르고 있는데 무슨 대책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같은 당정간의 갈등은 李會昌(이회창)대표가 최근 기아자동차 공장을 방문, 기아 회생에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데 대해 정부측에서 『정치논리로 경제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비롯됐다. 모처럼 당측에서 지금의 최대 경제현안인 기아사태 해결의 주도권을 잡으려 했는데 거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이어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5∼6% 증액에 그친 75조∼76조원 선으로 긴축편성키로 하자 정부에 대한 당측의 반발은 더욱 증폭됐다. 특히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두고 핵심공약사항인 1단계 농어촌구조 개선사업에 대한 예산지원을 일부 유보키로 한데 대해서는 『농촌지역의 표가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며 정부측을 비난하고 나섰다. 급기야 환율 및 금리 인상과 시중자금의 경색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자 당측은 정부가 현재의 상황에 안이하게 대처하다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그동안 끊임없이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한국은행 특별융자 등 대책을 촉구했는데도 정부가 미적거리다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당측은 정부의 경제위기에 대한 대처가 안이한데는 최근 수출증대 물가진정 등 몇가지 경제지표가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는데 현혹돼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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