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을 원한다면 장남이 아닌 차남(둘째부터 막내까지 통칭)으로 태어난 경영자를 선택하라』(미국 MIT대 프랭크 설로웨이 연구원)
설로웨이 연구원은 지난 3월 발간된 저서 「반항자로 태어나다」(원제:Born to Rebel)에서 『장남은 권위주의적이고 체제 순응적인 반면 차남은 모험적이며 혁신적이어서 기업경영혁신에 제격』이라고 주장했다.
설로웨이는 프랑스혁명 종교개혁 진화론 등 인류 역사의 분수령에 섰던 인물 6천5백66명의 성향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가 장남이 아니었던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우리 재계에도 공격적이며 혁신적인 기질이 강한 「형 못지않은 아우」라는 평을 듣는 차남(둘째부터 막내까지) 경영인이 많다.
최근들어 창업주인 부친으로부터 경영대권을 바로 승계했거나 형을 거쳐 물려받은 차남 출신의 재계 총수로는 쌍용그룹 金錫俊(김석준)회장과 금호그룹 朴定求(박정구)회장, 두산그룹 朴容旿(박용오)회장, 한라그룹 鄭夢元(정몽원)회장 등이 있다.
또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된 차남 경영인으로는 대웅제약 尹在勝(윤재승)사장 등이 있으며 본가에서 뛰쳐나와 홀로서기에 성공한 경영인으론 태인샤니그룹의 許英寅(허영인)회장과 한불화장품의 林炳喆(임병철)사장을 꼽을 수 있다.
태인샤니 허회장과 한불화장품 임사장이 홀로서기에 성공한 것은 물론 모그룹을 뛰어넘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태인샤니는 모태인 삼립GF가 지난 5월 부도를 낸데 반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샤니가 고급제품생산에 주력한데 힘입어 지난해 양산제빵 부문에서 4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삼립GF 등 전통적인 양산 제빵업체들을 멀찌감치 제쳤으며 역시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은 올들어 크라운베이커리를 앞지르고 있다.
신세대 화장품업체로 유명한 한불화장품은 지난 89년 창업이후 8년만인 올 상반기 모기업인 한국화장품을 제치고 업계 4위에 올랐다.
한국화장품이 올 상반기동안 5백90억원(시장점유율 6.8%)의 매출을 기록한데 비해 한불은 7백30억원(시장점유율 8.4%).
지난 95년4월 형인 金錫元(김석원)회장의 정계입문으로 회장직을 이은 쌍용 김회장은 취임이후 1등주의와 과감한 해외진출로 임직원을 독려하고 있다. 항상 『해외진출 실패의 책임은 내가 진다. 1등만이 살길이다』고 강조하면서 그룹을 2년여동안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의 자동차부문 고전을 어떻게 헤칠지 주목된다.
또 두산 박회장은 판매난으로 그룹이 창업이후 최대 위기에 처했던 지난해말 총수직을 승계, 과감한 사업구조조정으로 그룹을 안정시키는데 성공했다.
한국네슬레 코닥 3M 등 알짜배기 합작사 지분과 OB맥주 영등포공장 부지를 매각, 그룹의 자금난을 덜었다.
만약 박회장이 올해 들어서 부동산과 합작사지분을 매각키로 결정했다면 경기불황으로 인해 매각이 여의치 않았을 것이다. 한발 앞선 판단으로 제값을 받은 것이다.
금호그룹 박회장은 지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형 朴晟容(박성용)명예회장과는 달리 도전적이고 집념이 강한 경영인으로 통한다.
지난 81년말 오일쇼크로 ㈜금호가 연간 50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을 때 사장으로 긴급 투입된 뒤 2년만에 1백20억원의 흑자로 되돌린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일본의 권위있는 기업인상인 「이글클럽 최고 경영자상」을 받기도 했다.
조선 등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산업부문에서 급팽창한 한라의 새로운 선장으로 올해초 취임한 정회장은 정보통신 등 소프트한 부문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경영의 내실을 다지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정회장이 지난달말 계열사별로 임원 10∼15%를 감원한 것도 업무효율을 높이고 정체된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어 경영을 내실화하기 위한 결단.
검사 출신인 대웅제약 윤사장은 서울대법대 재학 당시부터 일찌감치 후계자로 지목됐다. 부친인 尹泳煥(윤영환)회장은 물론이고 두 형들도 윤사장의 능력을 인정했던 것.
군입대 직전의 공백기에 윤사장이 창업한 시스템통합업체(SI) 인성정보는 창업이후 급성장을 거듭, 장외시장 등록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 풍산의 柳津(유진)사장과 태평양의 徐慶培(서경배)사장도 차남 출신 후계자.
요즘들어 이처럼 차남 경영인들이 크게 늘어난 것은 더이상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기업을 이끌어나갈 수 없는 경영환경에 휩싸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평론가 嚴吉靑(엄길청)씨는 『지금은 기존 시장질서를 뛰어넘는 혁명적인 발상을 가진 기업가가 요구되는 때』라며 『혁명적인 발상은 항상 2인자가 많이 갖고 있는 법』이라고 분석했다.
〈이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