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업 재무구조 개선]정부-재계 입장

  • 입력 1997년 7월 7일 20시 05분


최근 들어 정부의 재벌정책이 강경기조로 바뀌면서 정부와 재계의 관계가 심상찮다. 정부의 재벌정책이 「업종전문화」 「소수주주권한 강화」 등 변죽만 울리던데서 「금융기관 여신 독차지」와 「계열사간 상호보증 및 내부거래」 등 재벌체제를 떠받쳐온 핵심을 건드리는 쪽으로 발전하자 난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 정부는 재벌의 독과점적 소유 생산 유통 구조를 타파, 시장기능과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반면 재계는 정권말기 권력누수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가 구태의연한 「재벌 길들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입장〓지난달말 과다차입금 손비불인정, 접대비 및 기부금의 손비인정 범위축소, 계열기업간 채무보증 제한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기업재무구조개선방안을 내놓았다. 또 계열사를 통제 조정하는 조타수 역할을 해온 재벌그룹 기획조정실과 비서실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21세기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마디로 항공모함이 전함들을 이끄는 것과 같은 선단(船團)식 재벌경영에 쐐기를 박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이들 방안에 담겨 있는 것. 정부는 기업들의 고질적인 재무구조 부실이 제조업의 수익성과 국제경쟁력을 낮추는 주요인으로 보고 있다. 또 이같은 부실은 대마불사(大馬不死·덩치를 키우면 망하지 않는다)를 믿고 앞다투어 외형을 키우려는 모험주의적 경영의식이 만연된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재정경제원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도하는 이같은 대기업 정책에 대한 정부내 이견도 만만찮다. 통상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지급이자 손비불인정 등 재벌의 행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제하기 보다는 투명성을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지급이자 손비불인정은 국제 회계원칙에 어긋나는 또다른 규제라고 주장했다. ▼재계 입장〓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기업의 재무구조조정이 정부의 인위적인 규제에 의해서 이뤄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정권교체기를 앞두고 시간적 여유가 없는 현정부 경제팀이 왜 자꾸 무리한 경제정책을 펴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특히 지급이자 손비불인정은 경제원리에도 어긋나는 정책』이라며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재계는 또 그룹 기조실과 비서실 폐지방안도 비현실적인 정책이라고 몰아붙였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기조실은 우리 경제를 균형있게 이끌어오는 등 순기능도 했다』며 『조타수역할을 하고 있는 기조실과 비서실이 없어진다면 그룹내 계열사들간에 무분별한 경쟁이 야기되는 등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영이·이희성·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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