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90억원인 부도기업을 인수, 10년만에 매출 1천4백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킨 경영인」.
산내들그룹 李祺德(이기덕)회장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코오롱그룹에서 근무하다 이사 진급을 앞둔 지난 88년 그는 가족들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부도상태였던 연합인슈판넬(현 산내들인슈)을 인수했다.
연합인슈판넬은 스티로폼이 들어가는 단열패널을 생산, 건설업체에 판매하는 업체. 종업원은 50명이었으나 부도로 인해 사기가 땅에 떨어진 상태였다.
『교통비는 물론 영업 접대비까지 지급받지 못해 거래처 사람들을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회장은 직원들의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처우를 개선했다. 직원 모두에게 프라이드를 사줬으며 월급도 100% 가량 인상했다. 또 접대비를 필요한 만큼 얼마든지 쓰도록 했다.
그런 뒤 이회장은 「역의 발상」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당시 단열 패널부문에 KS마크가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공업진흥청을 설득, 업계 최초로 KS마크를 획득했으며 경쟁사의 관심이 덜한 지방시장을 우선 공략한 뒤 수도권으로 진출했다. 그는 한단계 위의 제품을 생산하는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 2단계 위의 고급제품을 개발했다.
『우리가 스티로폼이 들어가는 패널을 만드는데 경쟁사는 품질이 좋은 우레탄 패널을 생산하고 있었어요. 우리가 우레탄 패널을 뒤따라 만든다면 영원히 그 업체를 쫓아가지 못할 것이란 생각으로 첨단제품인 글라스울(유리섬유)패널을 개발했습니다』
산내들인슈는 해마다 매출이 50∼70%씩 급증하기 시작했다. 경쟁업체들도 산내들이 지난 94년 생산성대상을 수상하자 실적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경영이 안정돼가자 이회장은 정보통신과 농수산물유통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산내들인슈는 지난 5월 캐나다 키네틱사이언스사, 캐나다 우주항공국 등과 공동으로 무(無)렌즈 지문인식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개가를 올렸다.
값이 기존제품의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성능은 탁월한 이 제품개발로 산내들인슈는 내년 한 해 동안 이 부문에서 약 1천2백억원의 매출고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 91년 설립한 산내들식품은 구운소금(천일염을 1천도 온도에서 구운 소금)과 생금(1천3백도 온도에서 구운 소금)을 제조, 일반소금보다 3배가량 비싸게 팔고 있다.
50명으로 출발한 산내들은 10년만에 5개 계열사, 10개 사업장을 가진 중견그룹으로 급성장했다.내년도 매출목표는 인수당시보다 24배가량 불어난 2천1백25억원.
〈이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