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조를 고도화하려는 상장사와 자본력이 취약하지만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벤처기업간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공존 모색이 활발해지고 있다.
화공약품 제조사인 세우포리머는 요즘 증권시장에서 한창 뜨는 중이다. 작년에 최고 1만4천원을 기록했던 이 회사 주가는 올들어 4만원대로 급등했다.
작년 한해 동안 3억4천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데 그친 이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는 이유는 단 하나.
지난 4월말 ㈜화인렉스와 전략적 제휴체결을 검토중이라고 공시한데 이어 지난달 30일 증권거래소에 화인렉스사와 특허권 양수도에 관한 가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것이 주효했다.
화인렉스사는 4명의 연구원이 설립한 연구전문 벤처기업.
이 회사는 최근 비발열성 평면형 광원체(일명 매직램프)를 개발했으나 자본력이 약해 제품화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자 구조조정을 모색중이던 세우포리머와 손을 잡게 됐다.
매직램프는 명함 두께 정도의 특수 플라스틱 물질로 소량의 전원만으로 형광등 밝기의 70%까지 낼 수 있는 발광물질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우포리머는 기존 업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구조조정을 검토해 왔으나 돌파구를 찾지 못해 고심하던 터였다. 한마디로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화인렉스사는 세우측에 기술력을 제공하는 대신 세우포리머의 주식과 판매이익의 일부를 건네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화학기계 제조업체인 대경기계기술은 벤처기업 출신 엔지니어와 제휴, 환경과 에너지사업 분야로 업종을 다각화 하는데 성공한 기업.
이 회사는 최근들어 공장 오폐수는 물론이고 처리하기 가장 어려운 쓰레기 침출수를 전기분해공법을 이용해 처리할 수 있는 오폐수 정화시스템을 개발, 제품화에 들어갔다.
대경기계기술이 환경설비 제조업체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었던 것은 오폐수처리 전문 벤처기업인 EP코리아사의 朴根遠(박근원)사장을 부사장겸 환경사업본부장으로 영입한데 따른 것.
전기분해식 오폐수 처리분야에서 전문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박씨가 개발한 오폐수 처리시스템은 저렴한 비용(폐수 종류에 따라 t당 45∼4백원)으로 폐수를 거의 완벽하게 정화할 수 있다.
지난 4월15일부터 1주일간 한라펄프제지 영암공장에서 이 시스템을 시험가동한 결과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2천PPM에 달하는 공장폐수가 10PPM 이하로 정화됐다.
한라펄프제지 직원들이 정화된 폐수를 그 자리에서 바로 마실 수 있을 정도였다.
20여억원을 들여 이 시스템을 개발했으나 자금난에 봉착했던 박씨는 환경사업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중이던 대경기계기술과 작년 11월 제휴, 제품화에 성공했다.
대경기계기술은 이와 함께 공장보일러 전문가인 李相雄(이상웅)씨를 영입, 에너지사업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경기계기술의 김석기회장은 『자본과 기술의 완벽한 결합을 통해 신규사업진출에 따른 투자위험을 해소했다』며 『올해안에 환경부문에서 4백5억원, 에너지부문에서 2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