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에 파견된 채권금융기관 공동자금관리단(채권관리단·단장 朴一榮·박일영 제일은행 여신총괄부장)이 그룹비서실이 요청하는대로 결재를 해주거나 자금을 지원하고 있어 관리부실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채권관리단은 현재 鄭瀚根(정한근)한보그룹 부회장―비서실―변호사 사이에 설치된 비상결재라인을 통해 올라온 사안들을 대부분 그대로 결재하고 있다.
정부회장이 한보철강 洪泰善(홍태선)대표이사의 인감도장을 갖고 있으면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보그룹 비서실은 지난 3일 협력업체가 부산에 하역한 고철 1억여원어치를 정부회장의 승인을 거쳐 통관시키기로 결정했고 채권관리단은 이 결정에 따라 그대로 자금을 집행했다.
그룹 비서실이 결재라인에 개입하고 있는 것은 평소처럼 정부회장을 대신해 계열사 업무를 총괄하고 과장급이하의 인사권과 2천만원 미만의 사무실 운영비에 대한 승인권한을 그대로 행사하고 있기 때문.
그래서 한보철강의 각 부서는 아직도 필요한 자금을 비서실에 보고한 다음 이를 채권관리단으로부터 받아내고 있다.
이같은 상황때문에 채권관리단은 부도 이후에 한보철강으로 이동한 직원들과 검찰의 수사를 피해 회사에 나오지 않는 직원들에 대한 임금지급요청까지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회사측은 한보철강이 부도난 뒤 한보에 있던 상당수 직원을 한보철강으로 보내 채권관리단으로부터 월급을 받도록 조치했었다.
이에 대해 금융관계자들은 『부도가 난 기업들이 채권관리단으로부터 더 많은 돈을 타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한보처럼 국가의 자금지원을 받는 경우에는 채권관리단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장악해 비상지원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단장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채권관리단이 한보의 내부사정을 잘 모르는데다 관련서류를 검찰이 모두 압수해 당분간은 한보측이 요청하는대로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丁偉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