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을 깨라』…기업들 「아이디어팀」운영 붐

  • 입력 1996년 11월 3일 20시 32분


「李鎔宰기자」 「성과가 없어도 좋다. 자유롭게 생각하라」. 기업들이 유망 신사업이나 신상품 개발, 조직 및 업무혁신방안을 찾기 위해 만든 아이디어 전담팀에 바라는 희망사항이다. 제일제당의 「유레카」, 삼성화재의 「스타지오」, 빙그레의 「CNN」. 삼성물산의 「테크노밸리」, 미원의 「드리머」 등은 지난해 발족한 대표적인 아이디어팀들. 한화그룹도 지난 1일부터 14명으로 구성된 「아이디어 챌린지팀」을 가동했다. 이들 아이디어팀은 회장 또는 사장실직속기구여서 수시로 최고경영진과 독대할 수 있으며 임원들과도 업무 상담을 할 수 있다. 사무실을 회사 밖에 따로 내주기도 하고 별도의 풍족한 예산을 책정해 준다. 출퇴근시간도 따로 없고 복장도 자유롭다. 회사는 원칙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들이 내놓은 아이디어중 상업화된 것도 상당수. 가전제품을 집밖에서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삼성물산의 무선호출기 「싱」은 테크노밸리팀이 내놓은 것으로 50만대 이상이 팔린 히트상품이다. 컵라면에 공기밥을 포함시킨 빙그레의 「캡틴 공기밥」은 CNN이 내놓은 것으로 대학가 등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삼성화재의 스타지오팀은 여행자보험을 판매하는 자동판매기를 만들었다. 신상품 및 신규사업구상과는 별도로 아이디어팀들에 맡겨진 중요한 임무중의 하나는 조직활성화다. 제일제당 등 1년이상씩 아이디어팀을 운영해본 기업관계자들은 『일반직원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자극해준 것이 아이디어팀을 만든 소중한 성과중의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한화 인력관리팀 金榮敦과장은 『아이디어챌린지팀을 만든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는 조직내의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그룹내에 전파하는 것』이라며 『요즘 경기가 나빠지면서 여기저기서 비용절감을 외치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조직에는 과감하고 적극적인 자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안팎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아이디어팀들에도 고민은 있다. 팀설립 당시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도 좋다」고 했지만 회사쪽에서 『요즘은 무슨 아이디어가 나왔느냐』며 은근히 뭔가를 바라는 눈치를 보일 때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것. 한 회사의 아이디어팀원은 『일반직원들이 팀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처음에는 「선망」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것 아니냐」는 질시의 눈초리로 바뀌어간다』고 말했다. 심지어 사내건의함에 「아이디어팀을 더 이상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건의가 투입되기도 했다. 모험적 투자는 성공하면 이윤이 크지만 성공확률은 그만큼 낮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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