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턴 고우스님 “인권과 평화의 가치, 어떻게 구현되나 배우고 싶었다”

  • 동아일보

고우 스님은 “전 세계 인재들이 모이는 유엔 인턴십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만큼 배울 것도 많다”라며 “종교와 분야를 떠나 더 많은 한국 인재들이 지원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사진 속 배경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이다. 고우 스님 제공
고우 스님은 “전 세계 인재들이 모이는 유엔 인턴십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만큼 배울 것도 많다”라며 “종교와 분야를 떠나 더 많은 한국 인재들이 지원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사진 속 배경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이다. 고우 스님 제공
“늘 한가지 질문이 마음속에 있었어요. ‘수행은 세상과 어떻게 맞닿을 수 있을까’하는….”

1월부터 뉴욕 유엔(UN) 본부 글로벌소통국(DGC) 교육홍보과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고우 스님은 8일 ‘승려가 왜 유엔 근무를 지원했느냐’라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2010년 출가한 고우 스님은 현재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 뉴욕 대관음사 주지를 맡고 있으며, 지난해 뉴욕 컬럼비아대(인권학 학사)를 졸업한 재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승려의 유엔 근무는 그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승려의 국제기구 근무는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졸업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의 삶을 깊게 볼 기회가 있었어요. 평소에도 수행과 사회적 문제 해결 과정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분들을 보며 개인의 문제는 결국 사회구조, 인권 문제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걸 확인했지요. 수행자로서 세상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국제기구라는 현장에서 인권과 평화의 가치가 어떻게 구체화하는지 보고 배우고 싶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요.
“교육홍보과는 유엔이 지향하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보다 효과적이고 친숙하게 전달하는 일을 합니다. 특히 노예제, 제2차 세계대전 중 벌어진 홀로코스트, 르완다 및 스레브레니차 집단학살 등 인류사의 비극적인 사건들을 기억하고 성찰함으로써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하지요. 단순한 기념행사 차원을 넘어 다각적인 방식으로 인류 보편의 가치를 향한 하나의 목소리를 만들어가는 현장이라고 할까요.”

―특별히 인권학을 전공한 이유가 있습니까.
“수행자는 인간의 고통에 대해 자연스럽게 문제 의식을 가지게 됩니다. 인권학은 고통의 원인을 구조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게 해주는 학문이자, 동시에 이론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대 사회의 아픔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살아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인권학 공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사회 속에서 실천하는 또 하나 수행의 길이기도 하지요.”

―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미국 사회에서도 인권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에서 이민자나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건 분명한 현실입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저는 그 중심에 불안과 단절이 있다고 생각해요. 경제적 불확실성, 정체성 혼란, 인공지능(AI)과 같은 급격한 변화 속에서 자신만 지키는 데 매몰되거나 아니면 경계심에 단절을 선택하는 것이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서로 간의 연결과 정보는 넘쳐나지 않습니까.
“반면에 서로를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대화와 경험은 줄고 있지요. 이 때문에 상대방을 단순하게 구분 짓거나 낙인찍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나와 타인을 엄격히 나누고 익숙한 것에만 머무르려 할수록,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보는 힘은 약해집니다. 그래서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려는 노력과 단절된 연결을 회복하려는 태도가 절실하지요. 이는 개인의 성찰을 넘어 우리 시대의 공동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수행#유엔#인권#사회구조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