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소설 ‘오베라는 남자’ 작가가 바라본 14살의 우정

  • 동아일보

◇나의 친구들/프레드릭 배크만 지음·이은선 옮김/580쪽·1만8800원·다산책방


2012년 내놓은 소설 ‘오베라는 남자’로 세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가가 ‘불안한 사람들’(2019년) 이후 6년 만인 지난해 내놓은 장편소설이 국내에서도 출간됐다. 미국에선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야기는 25년 전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시작된다. 폭력과 방치, 따돌림에도 열네 살 아이들은 이곳에서 생애 가장 눈부신 여름을 보낸다. 그 여름, ‘화가’라 불리던 아이는 친구들을 화폭에 담았다. 훗날 저명한 화가가 되면서 그 그림은 ‘바다의 초상’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세월이 흐른 뒤, 고아로 자란 소녀 루이사가 이 그림과 인연을 맺게 된다. 엽서로만 간직해 오던 그림을 직접 보기 위해 찾아왔다가 우연이 겹치며 원본을 선물로 받는다. 루이사는 그림 속 아이들을 좇으며 우정이란 무엇인지,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지를 깨달아 간다.

작가가 소설에서 그려낸 인물들은 저마다 상처가 깊다. 모두 어른의 보호 없이 가혹한 환경에서 자랐다. 하지만 겉으로 쉽게 내보이진 않는다. 그런데 각기 다른 고통을 짊어진 이들이 서로를 서로에게로 이끈다. 그들의 우정이 어떻게 삶의 유일한 버팀목이 되는지를 작가는 연민과 유머로 담아낸다.

나아가 소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 서로의 상실을 알아보고, 그 아픔을 나누며 새로운 유대를 만들어 가는 과정도 담고 있다. 유일한 친구 피스켄을 잃은 루이사, 화가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유지를 따르는 테드가 대표적이다. 둘은 처음엔 부딪치지만, 결국 서로의 빈자리를 알아보며 우정을 일군다. 결국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건 사람이니까.

예술 또한 이 소설의 중요한 축이다. 화가라 불리던 아이의 붓질에는 말로는 담지 못했던 우정과 삶에 대한 의지가 깃들어 있다. 루이사 역시 그림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간다. 작가는 예술이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삶에 새기는 흔적”임을 등장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사람이 떠나도 예술은 남아 세상에 흔적을 남기며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나의 친구들’은 그리 문장이 신선하진 않다. 하지만 곳곳에 진심이 가득 묻어 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잊고 지냈거나, 이름 붙이지조차 못했던 감정을 발견하게 된다. 그건 누구에게나 ‘버티던 시절’이 있었고, 그 시절을 함께했던 이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왠지 작가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추억이 한 조각이라도 있다면, 인생은 살아갈 만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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