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없는 시계, 컬러풀한 조각… 공간에 잠겨 명상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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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뮤지엄 산’서 론디노네展
바위 본떠 만든 청동 조각 연작
일몰 풍경 담은 수채화 등 소개

강원 원주시 뮤지엄 산 백남준관에 전시된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 ‘노란색과 빨간색 수도승’(2021년). 뉴시스
강원 원주시 뮤지엄 산 백남준관에 전시된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 ‘노란색과 빨간색 수도승’(2021년). 뉴시스
자연에서 쉽게 보기 힘든 강렬한 빨강, 노랑, 초록 원색으로 만들어진 조각들이 서 있다. 겉모습만 보면 높은 곳에서 굴러떨어져 부서진 바위 같지만, 알고 보면 돌을 본떠 만든 청동 조각이다. 자연을 말하지만 자연스럽지 않은 색과 재료로 소장가들을 매혹해 온 우고 론디노네(사진)의 작품이 강원 원주 뮤지엄 산에 전시됐다.

뮤지엄 산은 6일부터 스위스 출신 현대미술가 론디노네의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을 연다. 미술관의 전시관 3곳과 야외 스톤가든, 백남준관에서 작품 40여 점을 소개한다. 미국 네바다주 사막에 설치돼 ‘인증샷’ 명소로 꼽혔던 ‘세븐 매직 마운틴’을 연상케 하는 돌 모양 조각 연작 ‘수녀와 수도승’부터 ‘매티턱(mattituck·미국 뉴욕주의 지역 이름)’ 회화 연작, 영상 작품 등이 소개된다.

로비에서 시작하는 전시는 시곗바늘이 없는 시계, 밖이 보이지 않는 창문 작품으로 관객을 맞는다. 시계와 창문 작품은 형광으로 빛나는데, 이 작품이 설치된 공간의 통창에도 색이 입혀져 있다.

8일 한국을 찾은 론디노네는 “오후 2∼4시에 이곳을 찾으면 색에 완전히 잠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계엔 바늘이 없어 시간을 모르고, 창문엔 내 모습만 비친다”며 “시간과 나에 대한 명상을 하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다음 전시장1에서는 작가가 본 일몰과 월출 풍경을 담은 수채화(매티턱), 바다를 상징하는 유리 말 조각 시리즈가 이어진다. 모두 자연의 기본적 요소를 표현한 것으로, 국내 아트페어와 갤러리에서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전시의 제목이 된 영상 작품 ‘번 투 샤인’(2022년)은 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의 전통 의식과 현대 무용을 결합한 퍼포먼스를 담았다. 론디노네는 이 영상에 3개의 ‘원’이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원은 불, 두 번째는 불을 둘러싼 무용수 17명이 그리는 원, 세 번째는 드러머 12명의 원으로 이들은 시계처럼 움직이면서 해가 뜰 때까지 춤을 춥니다.”

10분 동안 이어지는 영상은 해가 뜨는 장면과 함께 막을 내렸다가 다시 어둠 속에서 불이 빛나고 그 주변에서 무용수들이 춤추는 장면으로 반복된다. 작가는 ‘빛나기 위해 타오르라’는 존 지오르노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제목을 붙였는데, 불에 탄 재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불사조처럼 순환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작가는 “이러한 순환을 해와 달이 곳곳에 있는 전시장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돌 모양 조각 작품은 그 안에서 명상하는 사람을 상징한다. 9월 18일까지. 5000∼2만3000원.


원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뮤지엄 산#우고 론디노네#청동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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