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하지 못한 균열과 멍울에 돌아온 황색예수 [책의향기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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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3월 4일 0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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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예수2/김정환 지음/418쪽·1만8000원·문학과지성사

민중의 고통과 좌절, 희망을 리얼리즘적으로 형상화한 시들을 주로 발표한 시인 김정환의 26번째 시집이다. ‘황색예수2’는 1983년부터 1986년까지 세 권에 걸쳐 출간된 ‘황색예수’ 장편 연작시에 이어지는 것으로, 유장한 호흡으로 써 내려간 시 128편이 3부로 나뉘어 실려 있다.

시인은 40여 년 전 ‘황색예수’는 신약 위주이고 시간적이었다면, ‘황색예수2’는 공간적이면서 구약까지 품으려 했다고 밝힌다. 2부에서 아담과 이브, 카인과 아벨, 노아, 삼손과 델릴라, 욥, 사무엘, 요셉 등 인물이 집, 상가, 병원, 지하철, 식당, 등 우리네 삶의 공간에 등장한다. 오랜 시간 해석과 합의를 거쳐 보편화된 성서 텍스트와 개인적 경험으로 구성된 현실의 삶을 교차해 가며 촘촘하게 엮었다.

‘황색예수’는 예수의 생애를 1980년대 민중 현실에 대입한 시집이었다. 세기를 달리하며 많은 것이 달라진 듯하지만, 균열과 멍울이 완전히 극복되지 못한 현실에서 다시금 예수를 시에 겹쳐놓는다. 미로 같은 세상에서 지름길과 탈출구를 찾기보다는 미로 안을 샅샅이 보려는 마음으로 빚어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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