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 쓰는 데 5년…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며 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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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흥길 대하소설 ‘문신’ 5권 완간
일제강점기 한 가족의 갈등 그려

윤흥길 작가가 2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문신’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흥길 작가가 2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문신’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부끄럽습니다. 두 권 쓰는 데 5년이나 걸렸습니다.”

윤흥길 작가(82)는 2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장편소설 ‘문신’(전 5권·문학동네)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부끄럽고 민망해했다. 그는 “5권짜리를 차마 대하소설이라고 할 수 없어서 ‘중하(中河) 소설’이라는 신조어로 부르고 있다”며 머쓱해했다. ‘문신’ 1∼3권을 2018년 12월 출간하고 5년 3개월 만에 4, 5권을 낸 것에 대해선 “작품이 늦어져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편집자가 ‘21세기를 빛낼 새로운 고전’이라고 높게 평가하자, 그는 “고전이란 말은 민망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는 담담한 말투로 이렇게 덧붙였다.

“지병인 심혈관 질환이 악화돼 세 번 정도 심하게 아팠어요. 작품을 쓰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썼어요. 제 작가 인생에 남을 필생의 역작입니다.”

1968년 등단한 그는 산업화 과정에서 약자로 전락한 노동자의 애환을 다룬 중편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1977년), 6·25전쟁의 비극을 다룬 단편소설 ‘장마’(1980년)로 이름을 알렸다. ‘문신’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엇갈린 신념, 욕망, 갈등을 치밀하게 그렸다. 첫 집필부터 탈고까지 25년이 걸릴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고,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세계의 연장선에 있다. 200자 원고지 6500장으로 전 5권 세트가 209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제목은 전쟁에 나가 죽으면 시신으로라도 고향에 돌아와 묻히고 싶다는 염원으로 몸에 문신을 새기는 ‘부병자자(赴兵刺字)’ 풍습에서 따왔다. 그는 “어릴 적 6·25전쟁 때 동네 청년들이 입영 통지를 받고 입영 직전에 팔뚝이나 어깨에 문신 새기는 걸 자주 봤다”며 “청년들이 며칠 동안 코가 삐뚤어지게 술을 마시고 떠들고 동네 시끄럽게 하다가 군대에 갔던 기억을 소설의 한 요소로 녹여냈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윤흥길#대하소설#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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