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오징어게임… 날것 그대로의 상상력, 미국을 홀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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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70년]K컬처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상 싹쓸이
드라마 ‘오징어게임’ 최다 시청기록
에미상 6관왕 오르며 강렬한 인상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떨어진 세리(손예진)가 북한 장교 정혁(현빈)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 tvN 제공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떨어진 세리(손예진)가 북한 장교 정혁(현빈)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 tvN 제공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 AMPAS 홈페이지 캡처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 AMPAS 홈페이지 캡처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은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2020년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2019년)으로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한 수상 소감은 현실이 됐다. 이후 ‘미나리’(2021년) 등 영화뿐만 아니라 ‘오징어게임’(2021년), ‘파친코’(2022년), ‘사랑의 불시착’(2020년) 등 드라마도 줄줄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며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들 작품이 세계 콘텐츠의 산실인 미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는 점은 특히 고무적이다. K콘텐츠는 이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즐기고 후속작을 기대하는 콘텐츠로 도약했다.

●K콘텐츠, 미국의 심장을 쏘다
영화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가운데)과 출연 배우들, 제작진이 2020년 제92회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수상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미국 아카데미 공식 트위터
영화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가운데)과 출연 배우들, 제작진이 2020년 제92회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수상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미국 아카데미 공식 트위터
2020년 영화계는 그야말로 ‘기생충의 해’였다.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에 올랐고, 역시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기생충의 잇단 수상은 영화 산업의 메카인 미국에서 K콘텐츠가 제대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과 캐나다를 합친 북미 영화시장의 박스오피스 수익은 2021년 약 45억 달러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였다. 같은 해 미국 내 자국 영화 점유율은 88.6%에 달했다.

오징어게임은 K콘텐츠 열기를 그야말로 폭발시켰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긴장감 높게 그린 오징어게임은 전 세계에서 공개 17일 만에 1억 유료 가입 가구가 시청했다. 넷플릭스 역사상 첫 1억 가구 돌파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한 기훈(이정재)이 달고나 게임에 집중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한 기훈(이정재)이 달고나 게임에 집중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게임은 특히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공개 후 첫 일주일간 누적 시청시간 기준으로 30억 분을 넘었고, 2021년 핼러윈 때는 드라마 속 트레이닝복을 코스튬으로 입은 사람들이 넘쳐났다. ‘달고나’는 인기 간식으로 떠올랐다. 오징어게임은 지난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상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6관왕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비영어권 드라마가 에미상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오징어게임이 최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시는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에 공개된 9월 17일을 ‘오징어게임의 날’로 선포하기까지 했다. 한국 작품이 미국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력을 기리기 위해서다. 배우 현빈 손예진이 출연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한국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애플TV 플러스 드라마 ‘파친코’도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한국 배우들, 할리우드 러브콜 잇달아
K콘텐츠가 흥행하자 자연스레 한국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한국 배우들이 속속 할리우드 영화에 캐스팅됐다. 오징어게임에서 주인공 성기훈 역을 맡았던 배우 이정재는 디즈니플러스가 제작하는 스타워즈 시리즈 ‘어콜라이트’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또 미국 3대 에이전시 중 하나인 CAA와 계약했다. 이 에이전시에는 배우 브래드 피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소속돼 있다.

오징어게임에서 강새벽 역을 맡았던 배우 정호연도 할리우드에서 주눅 들지 않고 통통 튀는 모습을 보여줘 미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애플TV플러스 드라마 ‘디스클레이머’와 조 탤벗 감독 신작 영화 ‘더 거버니스’의 주연으로 캐스팅돼 할리우스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배우 박서준 역시 ‘캡틴 마블’(2019년)의 후속작 ‘더 마블스’에서 캡틴 마블의 남편인 얀 왕자로 캐스팅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전략연구소 소장은 “20년 전 할리우드에 진출한 K콘텐츠가 이제 꽃을 활짝 피우게 된 것”이라며 “할리우드 콘텐츠보다 새롭고, 날것 그대로의 상상력을 잘 구현하는 것이 K콘텐츠가 지닌 힘”이라고 분석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한미동맹 70년#k컬처#기생충#오징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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