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영화로 삶이 변했다”… 1920년대 할리우드 애증의 러브레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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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라랜드’ 셔젤 감독의 ‘바빌론’
배우 등 세 사람 삶 지각변동 그려
‘골든글로브’ 배경음악 재즈도 주목

영화 ‘바빌론’에서 배우 지망생 넬리(마고 로비·가운데)가 1920년대 할리우드 파티장에서 사람들에게 몸을 맡기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바빌론’에서 배우 지망생 넬리(마고 로비·가운데)가 1920년대 할리우드 파티장에서 사람들에게 몸을 맡기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할리우드의 총아’ 데이미언 셔젤 감독(38)이 향락에 찌들었지만 영화에 대한 애정과 집념으로 가득했던 1920년대 할리우드의 명암을 담은 영화 ‘바빌론’으로 돌아왔다. ‘위플래쉬’(2015년), ‘라라랜드’(2016년)로 연달아 평단의 극찬을 받은 셔젤 감독은 한국 팬층도 두껍다. 이번 영화는 그가 ‘퍼스트맨’(2018년)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장편이다.

영화는 192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호화 저택에서 난잡한 파티가 열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술과 마약에 찌든 사람들은 주변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를 있는 그대로 분출한다. 영화계에서 일하는 게 꿈인 멕시코인 매니(디에고 칼바)는 파티에서 심부름꾼으로 일하다 당대 최고의 무성 영화배우 잭(브래드 피트)의 눈에 들어 촬영장 보조가 된다. 우연히 대타로 영화에 출연하게 된 배우 지망생 넬리(마고 로비)는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이듬해 최초의 유성 영화가 개봉하면서 세 사람의 삶에 지각 변동이 일어난다. 유성 영화에 적응하지 못한 잭은 점점 뒷방으로 밀려나고, 넬리 역시 유성 영화배우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도박에 손을 대며 추락한다. 매니는 기회를 잡아 감독 자리에 오르지만 곤경에 빠진 넬리를 구하려다가 모든 걸 잃을 위기에 처한다. 영화는 세 사람의 삶을 따라가며 그들의 열정과 영광의 순간, 욕망과 타락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그 배경인 할리우드의 어두운 이면을 까발린다. ‘할리우드에 대한 증오의 편지이자 영화를 향한 러브레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8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쟁쟁한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가 볼만하다. 지난해 인터뷰를 통해 은퇴설에 불을 지폈던 브래드 피트는 인기를 잃어가는 배우 역에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2021년)에서 할리 퀸 역을 맡았던 마고 로비는 또다시 어딘가 나사가 빠진 것 같은 넬리 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매니 역의 디에고 칼바는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신인으로, 이번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음악영화로 정평이 난 감독의 작품답게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재즈도 귀를 사로잡는다. 셔젤의 하버드대 동문이자 전작들을 함께 작업한 저스틴 허위츠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영화 후반부, 재즈 음악과 함께 할리우드 영화 주요 작품 장면들을 리드미컬하게 보여주는 낯선 대목에 대해 셔젤 감독은 “프리 재즈 같은 것”이라고 했다. 영화는 제80회 골든글로브 5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허위츠가 음악상을 수상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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