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 혼재 송강호, 영화 ‘브로커’ 출발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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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감독 기자간담회서 밝혀 “칸 수상, 송강호가 이뤄낸 성과”
宋 “호명됐을 때 몇 초간 패닉상태, 남우주연상 감동 야금야금 느낄것”

영화 ‘브로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오른쪽)는 31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장에서 송강호 등 눈앞에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매 순간 행복했다”며 “(관객들도)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을 즐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1
영화 ‘브로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오른쪽)는 31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장에서 송강호 등 눈앞에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매 순간 행복했다”며 “(관객들도)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을 즐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1
“자상한 미소를 머금은 송강호가 아이를 안고 있다가 이내 팔아버리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선악이 혼재된 송강호, 그게 이 영화의 출발점이었죠.”

배우 송강호에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브로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는 칸 영화제 폐막식 이후 국내 첫 행사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브로커’ 제작의 원천이 된 결정적 인물로 배우 송강호를 꼽았다. 31일 서울 용산CGV에서 취재진과 만난 고레에다 감독은 “베이비박스란 주제와 함께 송강호가 등장하는 한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며 “영화 ‘브로커’의 출발은 송강호 그 자체였다”고 강조했다.

‘브로커’는 교회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버린 소영(이지은)과 아기를 팔려는 브로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의 여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비춘 영화다. 고레에다 감독은 “‘가치 없는 생명이 어디에 있을까’란 메시지는 한국,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주제”라며 “효율을 중시하는 시대인 만큼 문화의 차이를 넘어 모든 나라에 전달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로커’ 제작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영아 유기 시설을 오랜 기간 취재했다는 고레에다 감독은 “보육시설에서 성장한 분들은 줄곧 ‘내가 태어나길 잘한 것인가’란 의문을 품고 살아갔다”며 “그들이 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불안을 안고 사는 책임이 어머니에게만 전가되는 게 옳은 걸까, 나를 포함한 사회와 어른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고레에다 감독에게 ‘브로커’는 한국어 대사와 한국의 풍경, 한국인 배우를 스크린에 담아낸 첫 작품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현장에서 송강호가 그날 편집본을 꼼꼼히 보고 피드백을 많이 줬다”며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송강호가 도와준 덕분에 불안을 극복하고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송강호는 “감독님이 처음부터 배우들에게 많은 피드백을 주면 본인에게 도움이 될 거란 이야기를 했다”며 “편집본을 보고 말씀드려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흔쾌히 ‘얼마든지 바라고 기다리고 있다’고 하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그간 영화 ‘박쥐’ ‘밀양’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심사위원상 등을 받을 때마다 곁을 지켰던 배우다. 7번 도전 끝에 ‘브로커’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그에 대해 고레에다 감독은 “제가 뭔가를 했다기보다는 송강호 씨가 그간 이뤄냈던 성과”라며 “솔직히 제 영화로 받아서 송구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송강호는 “호명됐을 때 꿈인가 생시인가 싶은 패닉 상태가 몇 초간 이어졌다”면서 “이 감동을 야금야금, 천천히 느끼고 싶다”며 웃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영화#브로커#송강호#고레에다 히로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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