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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차가운 관심과 따뜻한 무관심 사이

입력 2022-05-28 03:00업데이트 2022-05-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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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김홍 서이제 손원평 등 8인 지음/280쪽·1만4000원·은행나무
볼품없는 스펙으로 사회에서 도태된 ‘그녀’. 고시원에 웅크리고 살던 그녀는 TV에서 회전초밥을 보고 너무 먹고 싶어 달려 나간다. 가게 창문 너머로 회전초밥을 보던 그녀는 초밥처럼 누군가에게 선택받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더는 그렇게 살지 말아라.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라, 하는 망치랄까 도끼랄까, 그런 게 돼준 건 친구도 부모도 아닌 회전초밥이었다”는 그녀가 선택한 삶은 유튜버였다. 유튜브에 ‘그나마 매력적이라 생각되는’ 손과 발을 찍어 올린다. 점차 구독자들은 좋아요를 누르고 후원금을 보내다 그녀의 진짜 삶을 보고자 한다.

어느 날, 그녀는 한 구독자를 만나게 된다. 구독자는 “많이 다르긴 하네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 거짓말이에요?”라고 내뱉고 달아나듯 가버린다. 그녀는 구독자의 뒤를 추적해 복수하려 한다. 손원평의 ‘모자이크’는 연출된 삶에 환호하면서도 진짜 삶이 드러나길 바라는 욕망을 직시하게 한다.

이 책은 ‘관종’이라는 키워드로 한국의 젊은 작가 8명의 단편 소설을 묶었다. 김홍 서이제 이서수 등이 다양한 ‘관종’의 삶을 다룬다.

장진영의 ‘첼로와 칠면조’는 첼로를 전공하며 입시를 준비하는 딸이 담배를 피운다는 익명의 문자를 받은 여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과도한 관심이 얼마나 큰 오해로 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서이제의 ‘출처 없음, 출처 없음’은 잘못된 사실이 대중에게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 세밀하게 짚는다. 아역배우로 큰 인기를 끌다 2차 성징이 오면서 이른바 ‘역변한’ 신이정은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활동을 중단하고 사라진다. 그는 유명 게임에서 희귀 아이템을 얻어 또 대중의 시선을 받고, 다시 한번 사라진다. 한정현의 ‘리틀 시즌’은 피해자들의 호소가 ‘관종의 외침’으로 치부돼 그들 스스로 침묵하게 만드는 현실을 고발한다.

관심에서 비롯된 일상의 파장을 개성 있는 시각으로 그려낸 작품들은 지금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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