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배달음식’ 소설가가 배민에 입사한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일 12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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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배달의 민족’으로 주문한 사람인데요. 제가 음식을 담을 용기를 가게로 가져가 포장해오려 합니다.”

지난달 초 소설가 박서련(33)은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으로 매운 갈비찜을 주문한 뒤 가게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배달의 민족에선 포장 주문은 가능하지만 포장 용기를 고객이 직접 선택하는 옵션은 없다. 대신 그는 앱 주문 시 가게 주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용기를 가져가겠다”고 쓰고 전화를 걸어 자신의 특별한(?) 요청을 재차 알렸다. 그는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가게에 간 뒤 자신의 냄비에 음식을 포장해 집에 와서 맛있게 먹었다. 그가 최근 배달의 민족의 블로그 배민다움에 연재한 에세이 ‘소설가가 입사했다’의 내용이다.

지난달 28일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만난 그는 “배달의 민족과 협업을 하며 에세이를 쓰던 중 한식, 중식, 일식 가게에서 10번에 거쳐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는 색다른 시도를 했다”며 “매일 배달의 민족을 이용하는 이용자로서 환경 보호를 실천하려 했다”고 했다. “혼자 서울에서 자취하다보니 배달의 민족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최근엔 사용량이 더 늘었죠. 배달의 민족으로 월 20회 이상 주문을 해 고객 등급 중 가장 높은 ‘천생연분’ 등급을 받을 정도인 저라 생각해 낸 아이디어일지도 몰라요.”

지난해 9월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박 작가에게 협업을 제안했다. 소설가로서 우아한 형제들에 가상으로 입사해 자유롭게 업무를 체험하고 글을 써달라는 것. 박 작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2개월에 거쳐 직접 취재를 했다. 음식가게 주인, 배달의 민족 고객, 우아한 형제들 직원 등 그가 만난 이들만 40여 명. 그는 배달의 민족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 회사 내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배달의 민족에서 채식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우아한 형제들 본사 내부는 어떻게 생겼는지를 5편의 에세이로 풀었다.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에 머물며 기업으로서의 공항의 모습을 쓴 에세이 ‘공항에서 일주일을’(청미래·2009년)이 생각난다.

지난해 젊은작가상을 받을 정도로 촉망받는 순수문학 작가로서 사기업과의 협업에 부담은 없었을까 묻자 그는 자신 있게 답했다.

“제가 평소에 자주 애용하던 기업에 관해 자유롭게 썼는데 꺼릴 것이 뭐가 있나요. 이 에세이는 배달의 민족이 무조건 최고라고 외치는 ‘용비어천가’가 아니에요. 기업에서 근무해 본 경험 없는 소설가로선 세상에 대해 배우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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