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생각하는 뮤지컬의 모든것 ‘하데스타운’에 다 있다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9-12 14:47수정 2021-09-1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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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하면서 서정적인 음악, 탄탄한 극본,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 그리고 뮤지컬이 주는 몽환적 판타지까지. 당신이 꿈꾸는 뮤지컬의 모든 것들이 ‘하데스타운’에 다 있다.

7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2019년 브로드웨이에 정식 개막한 뒤 본 공연 3개월 만에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 음악상 등 8관왕을 휩쓴 작품이다. 대사 없이 노래로 극을 전개하는 ‘성스루 뮤지컬’로 미국 밖에서 공연하는 건 이번 한국 라이선스 공연이 처음. 18개월 간 극장 문을 닫았던 미국 브로드웨이도 2일 하데스타운을 시작으로 뮤지컬 무대를 재개할 만큼 미국서도 제일 ‘핫한’ 작품 중 하나다. 극 중 인물들의 노래가 차가운 지옥도 녹이듯, 하데스타운도 한국, 미국서 팬데믹으로 얼어붙은 관객들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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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구하러 저승에 찾아간 오르페우스가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를 음악으로 감동시켜 아내를 데려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는다. 하지만 지상 문턱 앞에서 ‘뒤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깨버려 홀로 지상에 돌아온다는 그 이야기다. 극 중 오르페우스는 클럽에서 일하는 가난한 웨이터로, 에우리디케는 가난과 추위를 피하려 스스로 지하세계 행을 택하는 인물로 각색됐다. 하데스는 부당계약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광산 운영자이자 자본가로,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는 자유분방한 여인으로 그려진다.

원작의 완성도가 높아 라이선스 공연의 성패는 이를 어떻게 재현하고, 얼마나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는지에 달렸다. 결과적으로 한국 프로덕션이 내놓은 무대는 원작 못지않은 파괴력을 갖췄다. 1등 공신은 캐릭터 특징을 살려낸 주역 배우들. 국내서 내로라하는 ‘뮤지컬 장인들’이 빚어내는 화음과 연기력은 관객을 지하, 지상으로 마구 끌고 다니며 신화 속으로 빨아들인다. 특히 극의 해설자이자 ‘헤르메스’ 역할의 최재림 강홍석을 비롯해 주인공 ‘오르페우스’ 역의 조형균 박강현 시우민 등 전 출연진이 발군이다. 앙상블의 역동적 군무와 화음도 풍성함을 더한다.



어딘가 묘하게 몽환적 구석을 가진 작품의 매력은 포크, 뉴올리언스 재즈를 오가는 음악서 나온다. 7인조 밴드가 이를 완벽히 뒷받침하는데 신화 속 ‘리라(lyra)’를 즐겨 연주했다는 오르페우스처럼 바이올린, 첼로, 기타 등 현악기 소리가 돋보인다. 트롬본의 기교와 드럼은 흥을 돋운다. 무대 전환은 최소화했다. 원작에선 지하세계로 푹 꺼지는 듯한 하강 무대 장치가 있으나 국내선 무대 뒤로 사라지는 개폐식 장치로 대신했다. 중앙서 회전하는 턴테이블 무대를 걷는 배우들을 통해 삶의 순환을 말한다. 그리스 신화를 읽을 때만큼이나 상상력을 동원해 극을 음미하는 맛이 있다.




작품이 몇 년 사이 브로드웨이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 태동기는 한참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극작가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아나이스 미첼은 어려서부터 오르페우스 신화 이야기에 푹 빠져 지냈고, 2010년 포크송 앨범 ‘하데스타운’에 이 이야기를 녹여냈다. 이후 여성 연출가 레이첼 차브킨과 협업해 추가로 15곡을 작곡했다. 귀에 맴돌던 노래들을 눈에 보이는 극으로 함께 탈바꿈시켰다. 그는 작품이 “연대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종, 성별, 자본에 의해 나뉘고 분리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고 함께 일어서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한국 무대서는 인종에 대한 이야기는 덜 부각되는 편. 하지만 주체적 여성 캐릭터와 하데스에 맞서 노래하는 오르페우스를 통해 연대를 말한다. 신화에서도, 극에서도 결말은 비슷하다. 마치 돌이 다시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돌을 짊어지고 산을 오르는 ‘시지프스 신화’와도 닮았다. 틀어질 줄 알고, 어긋날 줄 알면서도 끊임없이 노래하고, 연대하고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짙다. 작품도 우리 인생 못지 않게 사랑스럽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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