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상장 이후 행보는?…아티스트·사업다각화·플랫폼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15일 11시 48분


코멘트

이르면 올해 연말 이전하는 신사옥 투자도 관심
방시혁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 만들 것"

세계적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15일 유가증권시장에 데뷔하면서 이후 행보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5년 방시혁 의장이 설립한 빅히트는 최근 몇 년 동안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성공을 디딤판으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1위로 올라섰다.

빅히트는 이날 코스피 입성 동시에 ‘엔터 대장주’가 됐다. 개장과 동시에 공모가 2배에서 시초가가 형성된 후 상한가에 직행하는 ‘따상’을 기록했다. 이후 상한가가 무너져 오전 11시 기준 시가총액이 10조원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코스피 시총 30위 수준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3대 기획사’로 통하던 JYP·YG·SM의 합산 시가총액을 훌쩍 넘어섰다. 이날은 10년간 유지돼 온 ‘3대 기획사’라는 전통적인 구도와 수식이 힘을 잃게 된 날로 평가되기도 한다.

◇빅히트, 조달 자금으로 사업 확장


빅히트는 이번 상장 공모를 통해 조달한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과 빅히트는 최근 몇년 간 K팝 지형도를 다시 그렸다. 자고 나면 방탄소년단 관련 신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8월 발표한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로 K팝의 장벽으로 여겨지던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이후 피처링한 제이슨 데룰로의 ‘새비지 러브’가 ‘핫100’ 정상에 오르면서 방탄소년단은 2번째 ‘핫100’ 1위곡을 보유하게 됐다. 특히 이 곡은 한국어 노랫말이 포함된 노래로는 처음으로 ‘핫100’ 1위에 올랐다.

조만간 팀의 맏형인 진을 시작으로 멤버들이 순차적인 군입대가 예상됐는데, 병역법 개정으로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입대 연기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글로벌 돌풍은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방탄소년단이 오는 11월20일 발매하는 새 앨범 ‘BE’(Deluxe Edition)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2의 방탄소년단이 아닌 제1의 팀들…레이블 아티스트도 주목

올해 상반기 대중음악계는 빅히트가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빅히트 레이블 소속 다섯 팀이 활동해국내 음반판매량 순위 100위 중 40%의 판매량을 휩쓸었다.

이후 빅히트는 주축이 된 방탄소년단 외 소속 가수들의 라인업을 강화하는데 더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데뷔한 신인 보이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투바투)는 성공적으로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오는 26일 발매하는 새 앨범 ‘미니소드(minisode)1 : 블루 아워(Blue Hour)’ 선주문량이 30만 장을 넘어섰다.

방탄소년단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세계관은 다르다. 빅히트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데뷔 당시 힙합을 기반으로 삼았던 방탄소년단은 청소년이 처한 부당한 현실에 맞섰다.

반면 몽환적인 신스팝 장르를 활용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현실에서 약간은 벗어난, 동화적 판타지를 좇는다. 방탄소년단과 확실히 다른 노선을 보여준다면, 앞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큰 팀이다. 빅히트는 오는 2022년 새로운 보이그룹도 데뷔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과의 합작 법인 빌리프랩이 엠넷 ‘아이랜드’를 통해 결성한 글로벌 보이그룹 ‘엔하이픈’에 대한 기대도 쏠린다. 올해 말에 데뷔할 이 팀은 이미 상당수 팬덤을 보유 중이다.

민희진 빅히트 CBO, 그룹 ‘여자친구’ 쏘스뮤직과 함께 준비 중인 걸그룹도 내년에 데뷔한다. 민 CBO는 SM에서 그룹 ‘소녀시대’, ‘f(x)’의 콘셉트를 담당했다. 방시혁 의장이 음악 프로듀싱을 비롯한 제작 총괄, 민 CBO가 콘셉트와 영상, 이미지를 아우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팅과 브랜딩 전반을 담당한다.

이와 함께 빅히트가 인수한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도 어떤 행보를 보여줄 지 관심이다. 작년에 빅히트에 인수된 쏘스뮤직 소속 여자친구는 내달 9일 새 정규앨범 ‘회:발푸르기스의 밤(回:Walpurgis Night)’을 공개한다.

올해 5월 빅히트 레이블로 편입도니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뉴이스트’와 ‘세븐틴’도 주가를 높이고 있다. 특히 세븐틴은 일본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세븐틴은 오는 19일 ‘; [세미콜론]’을 발매하고 타이틀곡 ‘홈런(HOME;RUN)’으로 활동한다.

사실 빅히트 자체적으로 그룹 라인업이 부족하기는 하다. 입대를 앞둔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어쩔 수 없이 공백기를 보내야 하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아직 신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타 기획사의 레이블 편입은 라인업 공백을 단번에 해결시켜준다. 여자친구, 뉴이스트, 세븐틴이 한 울타리에 놓이게 됐지만 이미 다채로운 라인업을 갖춘 타 기획사에 비해 라인업이 부족하다. 빅히트가 레이블 인수에 더 공을 들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방시혁 “음악사업이 아닌 음악산업”

방 의장과 빅히트의 적극적인 행보는 K팝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방 의장이 작년 8월 ‘공동체와 함께 하는 빅히트 회사 설명회’에서 국내 음악시장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방 의장은 당시 2017년 기준 국내 음악시장은 9억6700만달러(1조1631억원)로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 국내 게임시장은 100억6500만달러(12조1061억),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로 두 산업의 시장 규모가 10배 차이가 나는 점을 설명했다.

한국인 하루 음악 소비 시간 평균은 1시간18분으로, 하루 게임 소비 시간(평균 1시간30분)과 거의 비슷한 시간을 투자하고 소비하는데 시장 규모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음악 산업이 그 가치와 확장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방 의장이 강조한 것이 ‘사업이 아닌 산업’이다. 단순히 음악을 팔고 사는 것이 아닌, 구조적으로 산업화할 수 있는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의도는 결국 “음악 종사자 삶의 질 개선, 질 높은 콘텐츠를 위해 투자”로 이어졌다. 이번 상장이 그 일환이다.

◇플랫폼의 확장

빅히트가 최근 공을 들이는 것은 자체 플랫폼 확장이다. 글로벌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위버스가 대표적이다. 방탄소년단은 이전까지 다른 K팝 가수들처럼 네이버의 브이 라이브 등을 통해 팬들과 소통했다.

어느 순간부터 위버스에 비중을 더 싣고 있다.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주요 일정도 이곳에서 가장 먼저 공개한다. 이 플랫폼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최근에는 ‘빅히트 레이블’ 소속이 아님에도 참여하는 가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FNC엔터테인먼트 신인 보이그룹 ‘피원하모니’,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위클리, YG의 ‘투애니원(2NE1’ 출신으로 홀로서기에 나선 씨엘 등이 예다.

자체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공연 중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서 방탄소년단이 지난 10~11일 연 온라인 콘서트 ‘맵 오브 더 솔 원’은 세계 191개 국가 및 지역에서 100만명에 육박하는 99만3000명이 관람했다. 최소 관람권 비용이 5만원가량이니 실시간 중계로만 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관련 굿즈까지 판매해 매출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분야의 인재 영입과 회사 확장

빅히트는 엔터 업계뿐만 아니라 IT·게임 등 업종을 가리지 않은 인재 영입으로 ‘인재 블랙홀’로 통하고 있다.

작년 초창기에만 해도 빅히트 직원은 250명가량이었다. 올해 8월 기준 약 800명을 넘겼다. 일부 대기업 인사, 정치권 관련 인사들도 빅히트로 옮겼다는 설이 나오나, 구체적인 명단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빅히트가 밝힌 영입 인재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박지원 HQ CEO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박 CEO는 2003년 넥슨코리아에 입사해 이 회사를 업계 상위권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지난 5월 빅히트에 본격적으로 새 둥지를 튼 박 HQ CEO는 넥슨 코리아 CEO를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그는 빅히트 국내 조직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기업 운영을 책임진다. 글로벌 기업 넥슨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 삼아 빅히트의 기업 고도화와 조직 안정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윤석준 빅히트 글로벌 부문 CEO(최고경영자)는 모바일 콘텐츠 기업에서 콘텐츠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하다가 2010년 빅히트에 합류했다.

또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프렌즈와 손 잡고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캐릭터화한 ‘BT21’을 성공시킨 빅히트는 지난해 초 라인프렌즈 경쟁사인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을 탄생시킨 천혜림 전 카카오 브랜드아트셀 셀장을 영입했다. 김태호 카풀 애플리케이션 풀러스 전 대표는 지난해부터 빌리프랩 대표로 합류, 엔하이픈 데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빅히트가 가요 콘텐츠 관련 인재들을 영입하는 동시에 가요 기획사로는 이례적으로 데이터베이스·IT 개발자를 대거 채용,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이유다. 빅히트는 게임 회사 ‘수퍼브’를 인수했고, 플랫폼 사업 자회사 ‘비엔엑스’, 콘텐츠 판매 자회사 ‘비오리진’ 등도 운영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는 빅히트를 ‘2020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명단에 스냅,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에 이어 4위에 올리기도 했다.

◇지식재산권의 확장

빅히트가 벌이고 있는 사업 중 가장 크게 관심을 기울이는 건 음악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 재산)의 확장이다.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테마로 한 의류와 팬시 상품 등 다양한 공식 상품을 선보였고, 음악의 이미지를 공간에 적용하여 표현한 복합 체험 공간 ‘BTS 팝업 : 하우스 오브 BTS’로 큰 관심을 받았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일러스트로 표현한 ‘그래픽 리릭스(GRAPHIC LYRICS)’ 시리즈를 개척, 출간 일주일 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리며 서점가를 들썩거리고 있다.

빅히트의 자회사 빅히트 에듀가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를 재구성해 제작한 ‘런 코리안 위드 BTS(Learn! KOREAN with BTS)’ 교재는 세계 대학 등에서 한국어 교육 교재로 각광 받고 있다. 현재 미국, 일본, 캐나다, 독일,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 등 30여개 국가에 교재를 배송하고 있다.

◇신사옥, 용산시대는 어떤 비전 펼쳐낼까

빅히트는 이르면 올해 말 대치동 시대를 마감하고 용산으로 사옥을 연다. 신축 ‘용산 트레이드센터’로 이전한다. 지하 7층, 지상 19층으로 빅히트는 건물 전체를 빌린다.

빅히트 구성원은 1년여 만에 몇배가 늘어 사옥 공간이 현저히 부족했다. 관계사들도 이곳에 입주한다. 빅히트는 “인력 규모의 급성장과 필요 시설 확충에 따른 변화로, 탄탄한 물리·공간적 기반을 통해 본격적인 톱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근거지”라고 소개했다.

창의성을 내세우는 빅히트답게 사옥은 단지 사무공간이 아니다.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새로운 복합문화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용산이 교통요충지로 통하는 만큼 빅히트 사옥을 방문하는 한류 팬들의 국내 관광에도 새로운 출발점이 될 거라고 한류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용산이 새로운 한류 랜드마크로 부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방시혁 의장은 이날 유튜브로 생중계된 상장식에서 “올해는 빅히트가 설립된 지 15주년이 되는 해다. 음악과 아티스트로 세상에 위안과 감동을 주려는 작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4개의 레이블과 7개의 종속 법인을 보유하고, 1000여 명의 구성원들이 이끄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밸류 체인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음악 산업을 확장해 나가겠다”면서 “세계에서 팬덤 비즈니스를 가장 잘 이해하는 기업으로서,이를 사업 부가가치로 가장 잘 전환시킬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빅히트 생태계를 이루는 세 가지 축, 즉 질 높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며,이 모든 것을 빅히트의 ‘플랫폼’ 안에서 구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궁극적으로는 “기업과 아티스트, 소비자, 그리고 이 산업의 종사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도록 산업의 구조를 혁신하고 성장시키겠다”면서 “이제 상장 주식회사로서 주주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책임 의식을 느낀다. 주요 기관투자자 뿐만 아니라 주주 한 분 한 분의 가치 제고를 위해 투명성, 수익성, 성장성, 그리고 사회적 기여 등다양한 관점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음악과 아티스트로 모두에게 위안을 주겠다는 처음의 다짐을 잊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모두의 삶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는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으로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