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은 교수, 부업은 동네책방 사장… 10년 버티는게 목표예요 ㅎㅎ”

최고야 기자 입력 2020-09-16 03:00수정 2020-09-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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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출간한 ‘니은서점’ 노명우 아주대 교수
‘니은서점’을 운영하는 노명우 아주대 교수는 “운영 초기에는 책이 한 권도 안 팔리는 ‘빵 권 데이’를 피하기 위해 자비로 책을 사는 날이 많았지만 단골이 늘면서 일부러 책을 사야 하는 날이 사라졌다”고 했다. 아래 사진은 노 교수와 일하는 니은서점의 ‘북텐더’ 구보라, 이동근, 송종화 씨(왼쪽 두번째부터).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서울 은평구 지하철3·6호선 연신내역 사거리를 두 블록 지나 골목길로 접어들면 부동산들이 늘어선 거리에 녹색 간판의 ‘니은서점’이 있다. 2018년 가을 문을 열어 올해로 만 2년째. 지난해까지는 하루에 책 한 권도 못 파는 ‘빵 권 데이’가 수두룩했지만 이제는 매출의 약 70%를 단골손님들이 채울 만큼 자리를 잡았다.

“독립(동네)서점은 2년 차까지가 위기예요. 임대차계약 2년이 끝날 때쯤이면 적자를 못 이겨 대부분 문을 닫죠. 과도기인 3, 4년 차를 버티고 5년 차쯤 되면 분명 흑자가 날 겁니다.”

니은서점 사장은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54)다. 최근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을 낸 노 교수는 2년 전 어머니 장례를 치르고 남은 돈을 의미 있게 쓰고자 서점을 열었다. 많이 배우지 못하셨던 부모가 항상 교육에 목말라 하신 것이 영향을 미쳤다. 조금씩 매출이 나아지는 현실에 ‘혹해’ 제목에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라는 염원을 담았다.

14일 니은서점에서 만난 노 교수는 “10년을 버텨 독립서점계의 레전드가 되는 게 꿈”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여전히 적자다. 월세 70만 원, 책 구입비, 인건비 등으로 매달 100만 원 정도 나는 손실은 교수 월급으로 메우고 있다. 다만 1년 차 때보다는 단골손님이 늘면서 적자 폭이 줄고 있어 고무적이다. 처음에는 책 팔아주려고 오는 지인들이 전부였다. 이제는 지역 손님과 지인 비율이 6 대 4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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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교수는 “대학교수는 내 ‘본캐(본캐릭터)’고, 서점 사장은 내 ‘부캐(부캐릭터)’”라며 “서점 운영은 일종의 ‘취미 병(病)’인데 골프 치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은 돈을 쓰면서 자기만족을 얻는 것과 같다”고 했다.

주변에서 ‘비싼 취미’ ‘고상한 취미’라는 말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취미로 운영하지는 않는다. 대형 서점과 차별화하기 위해 니은서점에는 노 교수를 비롯한 ‘북텐더’가 5명 있다. 바텐더의 바(bar)를 북(book)으로 바꾼 북텐더는 서점에 놓을 책을 엄선하고 손님 취향을 고려해 좋은 책을 추천한다. 자신들이 추천한 도서에는 그 사유를 손으로 적은 띠지를 두른다.

노 교수가 수업을 하는 낮 시간에는 대학원생, 작가 지망생 등 북텐더 4명이 요일마다 1명씩 일한다. 독립서점에 아르바이트생 4명은 사치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을 주며 비용을 최소화한다. 서점에는 북텐더들이 선택한 인문, 사회, 예술 서적 등을 주로 진열한다. 베스트셀러는 의식적으로 배제한다. 일부 동네서점처럼 커피 등 음료나 다과를 팔지는 않지만 ‘하이엔드 북토크’라는 저자 초청 강연도 했는데 요즘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노 교수가 직접 인스타그램 라이브 강연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달간 서점을 찾는 손님이 많이 줄어 출혈을 감수하고 온라인 무료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료 배송으로 5권을 팔면 1권 몫의 이윤은 배송료로 쓰이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책이 한 권도 안 팔린다. 노 교수는 “이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독서 생태계 안에서 책을 팔아 흐름을 일으켰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니은서점은 ‘지적 역량을 갖춘 서점’ ‘소(小)우주 같은 서점’을 추구한다. 10년여가 지나면 정년을 맞는 노 교수는 “그때부터는 본업으로 서점을 운영할 것”이라며 “손님이 손을 뻗어 아무 책이나 골라도 ‘와, 이런 책이 있었네’라며 만족할 만한 서점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부업#동네책방#사장#니은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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