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시성된 103위의 개별 초상화가 36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 정하상 바오로, 성녀 이간난 아가타, 성 이광렬 요한(왼쪽부터). 천주교주교회의 제공
한국 가톨릭 103위 순교 성인들의 개별 초상화 전체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천주교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장봉훈 주교)는 9월 4∼27일 서울 명동대성당 입구 ‘갤러리 1898’에서 순교 성인화(聖人畵) 특별전 ‘피어라, 신앙의 꽃’을 개최한다.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103위는 1984년 한국을 찾은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성(諡聖)됐다. 주교회의에 따르면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사업 등이 있어 26위의 개별 초상화만 제작됐다.
이번 전시를 위해 60여 명의 작가가 3년여에 걸쳐 성녀 이간난 아가타, 성 이광렬 요한 등 77위의 초상화를 새로 제작했다. 앵베르 주교와 모방 신부 등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10명의 성인화도 볼 수 있다. 이들의 초상화에는 성인화의 특징인 둥근 원형의 후광(後光)이 없다. 프랑스 현지에서 실물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된 초상화 영인본을 가져와 이번에 작업했다. 당시에는 시성 이전이기 때문에 후광이 없다는 게 주교회의 설명이다.
19일 열린 간담회에서 문화예술위원회 총무인 정웅모 신부는 “이번 작업이 성인화 작업의 끝이 아니라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성인화를 통해 신자들이 더욱 가깝게 성인들의 신앙과 삶을 본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인화 작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성인들의 용모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부부와 자매, 형제 등 가족 모두가 박해 중 함께 숨진 사례가 많아 후손들이 없는 경우도 많다. 안병철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장은 “전시는 기해, 병오, 병인박해의 동선으로 구성하고 순교(殉敎) 시기에 따라 초상화를 배치하되 가족인 경우 인접하도록 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시회 개최가 어렵게 될 경우 온라인 공개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다음 달 4일 오전 10시 반 같은 장소에서 새로운 작품에 대한 축복 예식에 이어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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