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 시집에 웬 영어제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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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 시인 ‘22: Chae Mi Hee’
문단의 성폭력-페미니즘 담아

문학과지성사 시인선(選)에 ‘22: Chae Mi Hee’라는 제목의 독특한 시집(사진)이 출간됐다. 지난해 박상륭 문학상을 받은 신인 장현 시인(26)이 최근 3년간 한국 문단의 성폭력 문제와 페미니즘 확산 등을 소재로 쓴 시들을 묶었다. 채미희라는 가상의 화자가 시집 전반에 등장한다.

페미니즘 시각에서의 토로와 제언으로 가득한 시들은 다양한 인용, 참고 문헌 등과 함께 영어 문장을 시에 뒤섞어 놓는 방식으로 이질적이면서도 실험적인 느낌을 더한다. 전통적으로 시집을 가장 잘 나타내는 구절을 싣는 뒤표지에도 ‘Eun Joo: You might regret this moment. Keep in mind.’라고 암호처럼 썼다.

2018년 출간한 강성은 시인의 ‘LO―FI’ 같이 문지 시인선에 영어 제목이 쓰인 경우는 드물게 있었지만 한국인 이름을 영어로 써놓거나 영어 문장을 그대로 싣는 것은 독특한 시도다. 문지 측은 “좀 더 강렬한 시적 효과를 위해 영어 문장과 알파벳을 그대로 살렸다”고 설명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장현 시인#문단 성폭력#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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