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에서 ‘랜선 여행’…세계 유명 관광지 실시간 중계 영상 인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2일 1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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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베네치아 굴리에 다리 (유튜브 캡처)
이탈리아 베네치아 굴리에 다리 (유튜브 캡처)
“방에서 한 시간째 이 영상만 보고 있어요.”

“혼자 돌아다니는 저 사람은 뭐하는 거죠?”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를 비추는 유튜브 ‘Earthcam’ 채널의 실시간 중계 영상. 12일 오후 이 채널에는 전 세계에서 700여명의 시청자가 동시 접속해 타임스퀘어를 함께 감상하고 있었다. 타임스퀘어를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영상은 특별할 게 없다. 다만 카메라가 찍는 광장의 모습이 확연하게 달라졌을 뿐.

직장인과 관광객으로 24시간 붐비던 광장은 한 달 사이 말 그대로 텅텅 비었다. 영상에서도 형형색색 조명과 간판만 눈에 띈다. 시청자들은 “이런 낯선 광경은 처음”이라며 “뉴욕 여행을 가지 못해 영상으로 대리만족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영상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유튜브 캡처)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유튜브 캡처)
전 세계 유명 도시, 관광지가 홍보를 위해 제작한 유튜브 실시간 중계 채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여행과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낯선 풍경을 보며 답답함과 외로움을 달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외에도 산타모니카 해변,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이탈리아 베네치아, 호주 멜버른, 일본 도쿄 시부야 거리 등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

중계 영상은 한 장소만 고정적으로 보여주거나 느린 속도로 각도를 바꾸며 도시 전체를 조망하는 파노라마 영상으로 나뉜다. 어떤 장면에서든 사람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이런 낯선 풍경이 시청자의 눈길을 끈다. ‘랜선 여행’을 주제로 만든 기획 영상과 다르게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직장인 이희찬 씨(30)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답답함에 멍하니 중계 영상을 볼 때가 많다”며 “코로나19로 달라진 전 세계 모습을 눈으로 보면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에버랜드 라이브’ 캡처)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에버랜드 라이브’ 캡처)
중계 영상의 채팅창은 세계인이 모이는 ‘동병상련’ 창구가 된다. 각자 고립 생활의 고단함을 나누고 서로 일상의 위로를 건넨다. “집에서 고양이 사료 만드는 법을 알려 달라”거나 “집에서 안전하게 머물라”는 당부도 이어진다. 특히 코로나19 피해가 큰 이탈리아 베네치아 영상에는 “힘내서 함께 극복하자”는 응원 메시지도 이어진다.

국내에도 ‘남산서울타워’와 ‘에버랜드 라이브’ 채널이 운영 중이다. 남산서울타워 측은 “미세먼지 상황이나 도시 전체 모습을 보여주려 만든 채널이 코로나19 사태로 시청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답답함을 해소하는 창구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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