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쟁이 이상황의 오늘 뭐 먹지?]혀 끝에 살살 캐러멜과 와인 한잔의 행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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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망갸또의 8가지 맛 양갱과 캐러멜을 이용한 디저트. 이상황 씨 제공
마망갸또의 8가지 맛 양갱과 캐러멜을 이용한 디저트. 이상황 씨 제공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아무리 밥심으로 산다지만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있나요. 주전부리 같은 달콤한 디저트는 어떠신지요. 원래 디저트는 식후에 즐기는 음식이지만 요즘은 때에 상관없이 즐기는 게 유행이기도 합니다.

유럽 문화에서는 식사의 메인 코스가 시원찮은 건 용서할 수 있어도 디저트가 형편없는 건 봐줄 수 없다고들 합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전채(前菜)에서 메인 코스까지 소요되는 시간에 버금갈 정도를 디저트에 할애하고 서빙 되는 디저트도 캐러멜 초콜릿 누가 마시멜로 마카롱 등등 매우 다양하지요.

그중 캐러멜은 초콜릿만큼 폭넓게 디저트로 쓰이지는 않지만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어 주목할 만합니다. 흔히 사탕 비슷한 종류로 생각하는데 재료를 조합해 물성(物性)을 변화시키면 의외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이나 다른 디저트 위에 토핑으로 올리기도 하고 캐러멜 마키아토처럼 음료에 섞어 맛을 내주기도 합니다.

캐러멜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어린 시절 소풍 갈 때 김밥 사이다 등과 함께 챙겨 가던 ‘신앙촌 미루꾸(밀크캐러멜)’인데 정작 유제품은 별로 들어 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유가 귀할 때였으니까요. 딱딱하게 굳은 미루꾸를 한참 입 속에서 녹여 먹던 기억이 납니다.

피윤정 셰프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마망갸또’는 캐러멜 전문 디저트카페로 오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2001년에 열었으니 디저트 카페의 선구자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직접 끓인 수제 캐러멜을 바탕으로 만드는 롤케이크 빙수 타르트 밀크티 등은 독보적입니다.

캐러멜은 기본적으로 설탕을 녹이고 졸여 만듭니다. 어찌 보면 단순한 공정인데 마망갸또 캐러멜의 비결은 공들여 고른 천연재료와 10여 년 연구를 통해 얻어낸 재료의 조합에서 비롯됩니다. 소금 크림 버터 그리고 맛과 향을 업그레이드해 주는 부재료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단맛 짠맛 신맛 등이 어우러져 복합적인 풍미가 살아나지요. 저가(低價)의 대량생산 캐러멜들에서 느껴지는 단순한 단맛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좋은 와인이 그렇듯 뒷맛이 깨끗하고 오래갑니다.

최근에 새로 출시한 ‘고메 캐러멜’은 트러플 에피스 고르곤졸라 와인 피스타치오 소이소스 사프란 와사비 타히티바닐라같이 고급 요리에 사용하는 천연재료를 사용해 고급스러우면서도 강렬한 아로마의 향연을 보여줍니다.

디저트로 즐기는 캐러멜은 와인을 곁들여도 훌륭합니다. 쥐라의 마크뱅, 헝가리의 토커이, 마데이라, 포르투같이 진한 캐러멜의 풍미와 어울릴 수 있을 만큼의 농축미가 있는 와인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향이 강렬한 위스키나 코냑, 아르마냐크와도 잘 어울립니다. 여러 가지 맛에 어울리는 와인을 하나씩 매칭시켜 음미한다면 흥미로운 시도가 될 듯합니다.

역시 천연재료만을 사용한 8가지 맛의 양갱, 화이트데이를 맞아 출시한 누가멜(누가 캐러멜)도 시식해보길 권합니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누가와 캐러멜을 결합해 직선적인 단맛이 적고 견과류의 고소한 향이 버무려져 매력적입니다.

○ 마망갸또=서울 강남구 압구정로10길 30-12, 캐러멜롤 6800원, 고메 캐러멜 2500원, 캐러멜 밀크티 7000원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캐러맬#마먕갸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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