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논란 ‘프듀’ 워너원마저…엑스원·아이즈원, 어찌되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8일 1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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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마저…. 내 추억과 헌신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것 같다.”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의 ‘프로듀스’ 시리즈 조작 의혹 사태의 ‘최후의 보루’처럼 여겨지던 그룹 ‘워너원’ 멤버 한 명도 조작으로 뒤바뀌었다는 의심이 나오면서 팬심이 큰 상처를 받았다.

2016년 처음 시작한 ‘프로듀스’ 시리즈는 올해까지 네 시즌를 치렀다. ‘프로듀스 101’(2016)을 통해 ‘아이오아이’, ‘프로듀스 101’ 시즌 2(2017)를 통해 워너원, ‘프로듀스 48’(2018)을 통해 ‘아이즈원’, ‘프로듀스 X 101’(2019)을 통해 ‘엑스원’이 결성됐다.

지난 7월19일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 ‘프듀X’ 생방송을 통해 발표된 엑스원 데뷔 멤버 11명의 득표수에 이상한 패턴이 있다는 점을 시청자들이 발견하면서 이번 투표 조작 논란은 시작됐다. 이후 의혹은 아이즈원까지 번졌다.

‘프듀’ 시리즈 연출자인 엠넷의 안준영 PD는 초반 경찰 수사에서 워너원, 아이오아이의 조작 의혹은 강력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일부 멤버를 조작한 워너원이 큰 인기를 누리자 아이즈원, 엑스원에서는 좀 더 대담하게 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듀’ 시리즈 조작으로 기소된 안 PD와 엠넷의 김용범 CP(제작 총괄)은 검찰 조사에서 시즌 성공에 대한 부담이 투표조작 확대의 이유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너원 멤버 한명 조작 의혹, 파장 클 듯

워너원에 대한 조작 의혹이 불거진 것은 아이즈원, 엑스원의 조작 의혹과 충격의 정도가 다르다. 워너원은 가요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신드롬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해 문화적, 사회적으로 재조명됐다.

특히 대형 기획사에 소속돼 있지 않더라도 아이돌 연습생이 실력과 매력만 있으면 데뷔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다. 영세한 기획사들에 속한 ‘흙수저’들에게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다’는 꿈을 꾸게 만들었다.

아울러 시청자들이 그런 연습생들을 응원해서 스타가 되기까지 기여한다는 뿌듯함, 자랑스러움도 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믿음의 절정에 있던 워너원마저 조작 의혹에 휩싸이면서 그것이 결국 환상에 불과했다는 배신감이 팬들 사이에서는 크다. 결국 형태만 바꾼 ‘그들만의 리그’에 농락을 당했다는 찜찜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즈원·엑스원, 향후 활동은?

‘프듀’ 시리즈로 결성된 그룹들은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멤버들이 각자 다른 기획사에 속해 있어 오랜 기간 활동할 수 없다. 아이오아이, 워너원은 이미 활동이 끝났다.

문제는 아이즈원과 엑스원이다. 아이즈원은 지난해 데뷔 당시 2년6개월의 활동을 예고했고, 현재 1년 남짓 활약했다. 지난 8월 데뷔한 엑스원은 5년 활동을 예고 했는데 조작 의혹으로 출발부터 힘이 실리지 않았다.

현재 두 팀은 활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연말 가요 시상식에서도 배제됐다. 엠넷은 “관계자들과 협의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보상안과 쇄신대책 및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향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해체를 하지 않겠냐고 예상하고 있지만 팬들은 “멤버들이 무슨 잘못이냐”며 두둔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엠넷도 “아무 잘못 없는 가수들과 연습생들에게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청했다.

◇가요계 전반으로 논란 확산할 듯

이번 ‘프듀 사태’의 다른 쟁점 중 하나는 가요기획사가 음악계 큰 손 CJ ENM이 운영하는 엠넷의 관계다. 사실 ‘프듀’ 시스템은 태생부터 엠넷과 가요기획사가 밀착돼 있는 구조였다.

대형 기획사처럼 힘은 갖고 있지 못하지만 나름의 생존 법칙을 터득한 중대형 기획사에게 엠넷은 자신들을 알리는 주요 플랫폼이다.

엠넷 입장에서는 이미 자체적인 시스템으로 신인을 톱으로 키울 수 있는 대형 기획사와 달리 중대형 기획사가 다루기 쉽다. 자신들이 신인을 키운다는 자부심과 이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더해졌을 것이다.

실제로 ‘프듀’ 시리즈가 거듭할수록 특정 기획사의 연습생이 주목을 받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엠넷과 특정 기획사가 유착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일부에서안 PD에게 향응을 제공한 연예기획사로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울림엔터테인먼트, 에잇디크리에티브 등을 지목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 중 에잇디는 “현재 프로듀스101 제작진 접대와 관련해 거명이 되고 있는 류모 씨는 당사에서 음반 PR 업무를 전담해 맡은 적은 있으나 지난해 이미 본인 기획사 앙팡테리블을 설립해서 본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스타쉽, 울림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안 PD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 등에서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47회에 걸쳐 46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시청자를 중심으로 엠넷에 보상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액수는 작지만 엄연히 유료 문자 투표(100원)였고, 이 그룹들에 쏟아 부은 돈, 시간 무엇보다 애정에 대해 엠넷에서 수긍할 만한 후속 조치를 내놓아달라는 이야기다.

가장 큰 피해자는 그룹들의 멤버, 연습생들이다. 중견 아이돌 제작사 관계자는 “그룹 멤버들은 투표 조작으로 데뷔했다는 의심을 안고 살아야 하고, 탈락자들은 피해자라는 트라우마를 안고 다시 연습실을 들락날락해야 한다”면서 “모두 ‘프듀’ 제작진이 벌인 취업사기 행각의 피해자”라고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프듀’ 시리즈를 통해 배출된 4팀 45명 중 적어도 24명은 순위 조작으로 부정하게 데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안 PD와 김 CP가 시즌을 거듭할수록 대범하게 순위 조작을 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검찰로부터 업무방해와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안 PD와 김 CP는 20일 첫 재판을 받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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