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원래 제목은 ‘데칼코마니’·‘해피투게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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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6월 7일 14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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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포스터 © 뉴스1
‘기생충’ 포스터 © 뉴스1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은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 영화는 지난달 30일 개봉한 이래 박스오피스 1위를 놓치지 않았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6일까지 이 영화는 누적관객 535만 3630명을 동원하며 흥행 면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상업 영화인 이 작품에 대한 우리나라 관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장면과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 분분할 뿐 아니라 영화 밖의 숨겨진 이야기들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기생충’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정리해봤다.

◇‘기생충’의 제목 후보들 ‘데칼코마니’ ‘해피투게더’
‘기생충’ 스틸 컷 © 뉴스1
‘기생충’ 스틸 컷 © 뉴스1

영화 ‘기생충’의 영제는 ‘패러사이트’(Parasite)다. 처음 ‘기생충’이라는 제목이 알려졌을 때 관객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봉 감독의 전작은 ‘괴물’이었다. 영화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는 일종의 재난 영화였던 ‘괴물’과 비슷한 류의 영화를 예상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생충’은 예상을 벗어난 작품이었다. 가족 스릴러인 이 영화의 가장 유력했던 제목은 ‘데칼코마니’였다. 2013년 ‘설국열차’를 찍을 당시 서로 다른 계층이지만 데칼코마니처럼 보이는 4인 가족의 이야기를 떠올린 봉 감독은 ‘데칼코마니’라는 가제로 영화를 준비했다. 당시 작품은 가난한 가족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현재의 버전과는 달리 양 가족의 이야기를 수평적으로 풀었다.

또 다른 제목 후보는 ‘해피투게더’였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라는 광고 카피가 영화의 내용과 절묘하게 와닿았지만 왕가위 감독의 유명 작품도 있었고, 동명 예능 프로그램도 있는 게 문제였다. 결국 선택된 이름은 ‘기생충’인데, 다소 부정적인 느낌이 들어도 ‘살인의 추억’ 때처럼 역설적인 느낌을 줄 수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뉴스1과 칸영화제 인터뷰 당시 “‘살인의 추억’ 때는 섭외하러 가면(살인이라는 이름을 부정적으로 생각해) ‘사랑의 추억’ 팀이라고 소개하면서 명함을 줬었다”고 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화제가 된 표준근로계약서와 아역배우 배려
영화 기생충 스틸 © 뉴스1
영화 기생충 스틸 © 뉴스1

칸영화제 공식 기자회견 당시 주연 배우인 기택 역의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은) 밥 때를 너무 잘 지킨다. 식사 시간이 정확하다. 저희들이 굉장히 행복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시는 분”이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과 함께 ‘기생충’이 표준근로계약서 지키며 촬영했다는 사실은 황금종려상 수상과 동시에 화제가 됐다. 사실 표준근로계약서는 우리나라에서는 대다수 상업 영화 촬영 현장에서 이미 적용되고 정착된 제도다. 미담으로 여길만큼 특별한 케이스는 아닌 것. 봉준호 감독 역시 “‘기생충’만 유별난 건 아니고 2~3년 전부터 영화 스태프의 급여나 그런 것은 정상적으로 정리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표준근로계약서를 지킨다고 해서 100% 좋은 현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송강호의 말처럼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의 현장에서 스태프 및 배우들의 환경을 위해서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한여름 촬영하는 아역 배우를 보호하기 위해 CG를 활용한 일화를 봐도 그렇다.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 기간 중 데일리로 나오는 영화잡지 스크린과의 인터뷰에서 폭염 속 촬영 일화를 밝혔다.

당시 집안에서 박사장 역의 이선균이 대화를 하고 창밖으로 아들 다송 역의 아역 배우 정현준이 노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야 했는데, 밖은 기록적 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봉준호 감독은 이선균의 장면을 블루스크린을 덧대 미리 촬영해놓고, 아역 배우의 장면은 9월 초 따로 촬영해 합성했다. 제작비가 추가 됐지만 아역 배우를 보호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숨은 조력자들…홍경표 촬영감독·이하준 미술감독·번역가 달시 파켓

늘 그렇듯 명장들의 뒤에는 명품 조력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을 세상에 선보이는 데도 많은 이들의 조력이 있었다. 봉준호 감독과 영화 ‘마더’와 ‘설국열차’를 함께 한 홍경표 촬영감독은 ‘기생충’에서도 블랙 코미디 영화 특유의 감성을 완성했다. 그뿐 아니라 실제 집이 아닌 세트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은 기택의 집과 박사장의 집을 책임진 이하준 미술감독 역시 숨은 공로자다.

‘기생충’에는 한우 채끝살을 넣은 ‘짜파구리’가 등장해 난데없이 관객들의 식욕을 돋운다. 이 ‘짜파구리’ 역시 전문가들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 당시 기자들과 티타임에서 “요즘은 전문 푸드팀이 생겼다”면서 ‘짜파구리’가 영화 속 음식을 담당하는 팀이 열과 성을 다해 만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기생충’은 감독의 의도를 살린 적확한 영어 번역으로도 화제가 됐다. 특히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박수 갈채를 받으며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데는 한국적인 정서와 상황을 영어를 쓰는 관객들이 이해하고 공감하기 쉽게 만든 번역가의 공이 컸다. ‘서울대’를 ‘옥스퍼드’로, ‘짜파구리’를 라면과 우동을 섞은 ‘람동’으로 표현한 ‘기생충’의 절묘한 자막은 번역가 달시 파켓의 작품이다. 달시 파켓은 미국인으로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교수이자 영화 평론가이며 봉준호 감독의 다른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 등의 영어 자막도 맡은 바 있다.

◇봉준호 감독이 꼽은 롤모델…김기영 감독

봉준호 감독이 롤모델로 꼽아왔던 감독은 여러명이다. 하지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름은 충무로 선배 감독인 고(故) 김기영 감독(1919년~1998)이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에서도 그는 공식석상 및 인터뷰 자리를 통해 김기영 감독의 이름을 여러 번 거론하며 남다른 애정과 존경심을 드러냈다.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 상영회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창작자로서의 본능을 어떻게 따라가느냐’는 질문을 받고 “목사는 성경책, 변호사는 법전이 있지만 우리(감독)는 의지할 수 있는 게 없다. 본능에 의지하고, 멘토들의 영화를 본다. 뭔가 잘 안 풀렸을 때 자기가 좋아하는, 사랑하는 멘토의 영화를 꺼낸다. 히치콕의 영화를 꺼내보고, 샤브롤의 영화를 꺼내보고 김기영 감독의 인터뷰를 다시 본다거나 하는 것이다”라고 김기영 감독의 이름을 꺼냈다.

그 뿐 아니라 황금종려상을 받은 후의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이 영향을 받은 감독으로 클로드 샤브롤과 알프레드 히치콕, 김기영을 언급하며 “영화 준비하면서 그분들의 영화를 다시 꺼내보며 준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칸영화제 관객들은 못 들었다, 최우식의 ‘소주 한잔’
‘기생충’ 스틸 컷 © News1
‘기생충’ 스틸 컷 © News1

‘소주 한잔’은 봉준호 감독이 직접 가사를 쓰고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정재일 작곡가가 곡을 지었다. 또 영화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배우 최우식이 직접 노래를 부른 곡이다. 국내 극장에서는 영화의 엔딩 장면에 늘 등장하는 이 노래가 칸영화제 공식 상영회 때는 등장하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 인터뷰 당시 “상영에 문제가 있었다. 검은 화면에 크레딧이 나온다. 거기에 노래가 있었다”면서 영화제 측이 사운드를 꺼버리는 바람에 노래를 들을 수 없어 아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씁쓸함과 나름의 정서가 있는, 이 엄청난 일을 겪었고, 무시무시한 사건 경험하고 살아야 하니까 꾸역꾸역 살아야 한다. 힘찬 톤의 영화, 그 여운을 갖고 나가기를 바라는 게 있었는데 뚝 끊겼다. 시사회나 국내 상영 때는 잔상과 함께 하면 극장을 떠나면 영화 마지막 여운이나 느낌이 살짝 다를 것이다”라고 ‘소주 한 잔’에 대해 자신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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