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생방송… “반쪽이 문제 생기면 남은 반쪽이 꿋꿋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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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커플]<5>방송인 임백천-김연주 부부

“말 붙이기도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인연이었는지 결혼까지 하게 됐네요. 능력과 미모를 다 갖춘 인기 절정의 MC가 여덟 살이나 많은 노총각을 구제해준 셈이죠. 그래서 저는 지금 ‘주종(主從) 관계’로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제게는 일종의 ‘디스’가 되는데, 부부 사이에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부부는 자리에 앉자마자 얘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베테랑 방송인들답게 내용은 거침이 없었다. 때론 너무 솔직한 얘기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결혼 26년 차 부부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알콩달콩한 모습을 과시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방송인 임백천(61), 김연주 씨(53) 부부 얘기다.

○ 열애설 보도에 결혼 결정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는 임 씨가 가수로 활동하던 1990년대 초. 당시 임 씨는 새로 취입한 음반 홍보를 위해 각종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이때 TV와 라디오에서 진행자로 종횡무진 활약하던 김 씨의 프로그램에 나갈 기회가 생겼다.

임백천, 김연주 부부가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은 베테랑 방송인답게 인터뷰 내내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했다. 아래쪽 사진은 결혼 발표 당시 기자회견 모습.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임백천, 김연주 부부가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은 베테랑 방송인답게 인터뷰 내내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했다. 아래쪽 사진은 결혼 발표 당시 기자회견 모습.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당시 노래를 발표하고, 인지도를 높인 다음 방송진행자를 해보자는 속셈이 있었습니다. 예상보다 ‘마음에 쓰는 편지’가 큰 인기를 얻은 덕에 방송진행자의 꿈도 이뤘고 아내와 만나는 기회도 얻게 됐습니다.”(임)

두 사람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익힌 후 시나브로 연애 감정을 키워 나갔다. “아내를 처음 봤을 때는 다가가기 어려운 먼 곳에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당시 인기 절정의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인 데다 제가 나이도 많아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연이어선지 어떻게 하다 보니까 결혼식장에 같이 들어가게 되더라고요.”(임)

“당시는 열애설이 터지면 헤어지든지 결혼하든지 둘 중 하나였습니다. 호감을 갖고 있던 차에 스포츠신문에 관련 기사가 나와 결혼 발표를 하게 됐어요.”(김)

○ ‘부부싸움은 발로 문 걷어차기’

방송계 대표 ‘잉꼬부부’지만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심지어 부부싸움 후 같은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방송사고’를 낼 뻔한 적도 있다. 임 씨가 방송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 “당시 생방송 중이었어요. 남편이 나가고도 혼자 꿋꿋하게 진행했습니다. 방송 스태프들의 안절부절못했던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네요.”(김) “이 자리를 빌려 당시 방송 관계자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방송계에서는 당시 해당 프로그램 PD가 그 일로 속상해서 귀농을 했다는 소문도 있지만 낭설입니다. 그분은 뜻이 있어 귀농하신 겁니다. 하하.”(백)

26년 차 부부답게 부부싸움 에피소드는 다양하다. 심지어 부부싸움을 하다 임 씨의 다리가 부러지는 일도 있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부부싸움을 하다가 방문을 발로 찼습니다. 그런데 문은 멀쩡하고 다리가 너무 아팠어요. 바로 병원으로 갔는데 부러졌다고 하더군요.”(임)

“남편이 아무 말 없이 나갔어요. 저도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라 들어오겠지 하고 그냥 있었습니다. 얼마 안 있어 병원에 있다며 전화를 하더라고요. 깁스를 한 채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이 무슨 시트콤 같은 상황인가 싶더군요.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가 아니라 ‘발로 문 걷어차기’인가 싶었죠.”(김)

○ 5년의 기러기 생활로 깊어진 부부애

늘 알콩달콩하며 붙어 지낼 것 같은 두 사람이 떨어져 지낸 적도 있었다. 2006년 딸과 아들이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나면서 김 씨가 뒷바라지를 위해 따라갔을 때였다. “2011년까지 5년 정도 떨어져 살았습니다. 처음에는 자유롭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 혼자 동해로 여행을 떠났는데 고속도로 요금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심심해지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아내와 애들 생각이 간절해지더라고요. 식구들끼리 모여 지지고 볶고 사는 게 제일 좋아요.”(임)

이 기간이 고통만은 아니었다. 떨어져 지내는 동안 부부는 결혼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아내는 항상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 최근 시사 이슈 등 새로운 문물을 정확하게 저에게 알려줍니다. 제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원천인 셈이죠.”(임)

“제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경력을 더 쌓았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결혼의 가치는 인생의 무게만큼 중요합니다.”(김)

부부는 결혼을 꺼리는 요즘 젊은 세대에 대한 당부도 빠뜨리지 않았다.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결혼을 주저하지 마세요. 서로의 노후를 위해서라도 해야 합니다. 하하.”(임)

“결혼은 여러 측면에서 부족한 남녀가 서로 기대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일단 식장부터 잡으세요. 시쳇말로 한 번 갔다가 오는 한이 있더라도 가보는 게 안 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저질러야 해요.”(김)

○ 은퇴 없는 영원한 방송인으로

부부에게 은퇴 계획을 묻자 임 씨는 “아내와 함께 한 달간 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트레킹을 해보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다. 반면 아내 김 씨는 “우리는 정년이 없어요. 노년에도 일할 수 있는 프리랜서입니다. 여행은 시간이 날 때 가도 돼요”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순간 남편이 순발력을 발휘했다. “아내 말이 맞는 것 같네요. 방송인은 선택을 받을 수만 있다면 언제까지라도 일할 수 있으니까요. 노년에도 활발히 방송할 수 있도록 열심히 운동하겠습니다.”

아내도 남편의 말에 호응했다. “건강수명이 길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죠. 연로하신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더라도 건강이 좋지 않으시면 자식으로서 그보다 더 마음 쓰이는 일은 없습니다. 제가 경험해봐서 압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더욱 건강관리에 신경 쓰려고 합니다.”

평생 방송인을 꿈꾸는 부부에게 향후 방송 활동 계획을 물어봤다.

“과거 정치권에서 ‘러브 콜’을 받은 적도 있지만 방송이 천직이라는 생각에 거절했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계속 방송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애들 키우느라 상당 기간 방송 활동을 접은 아내가 다시 원숙한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맹활약하기를 기대합니다.”(임)

“우리 방송계에도 보다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다양한 세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연령대 스펙트럼이 더 넓어져야 한다는 얘기죠. 저 역시도 진행자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좀 더 준비하기 위해 많이 늦기는 했지만 대학원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김)

송진흡 기자 jinhub@donga.com
#임백천#김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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