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푸틴의 조력 받았던 러시아 최대 외국인 투자자
동료가 러시아 비리 폭로하다 죽자 부패와 푸틴 관련 암살 사건 파헤쳐
러시아 인권운동가로서의 활동 기록
대선에서 승리해 4선 고지에 오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왼쪽)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오른쪽은 2009년 러시아 정부의 불법 세금 환급 사건을 폭로하다 모스크바의 한 교도소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은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변호사의 묘소. 글항아리 제공
2009년 11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교도소에서 37세의 젊은 변호사였던 세르게이 마그니츠키가 사망한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독방에서 혹독한 고문을 당한 직후였다. 모스크바 최고의 조세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러시아 내무부가 불법으로 진행한 세금 환급 프로젝트를 국제사회에 폭로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다.
헛된 죽음은 아니었다. 마그니츠키의 변호사와 함께 일했던 자산운용사 허미티지 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인 저자는 동료가 죽게 된 과정과 러시아 정부의 비리를 담은 동영상 ‘러시아 언터처블’을 유튜브에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 세계의 여론이 러시아에 등을 돌렸다. 결국 2012년 12월 미국 상원은 ‘마그니츠키 법안’을 통과시켰다. 마그니츠키의 죽음에 연관된 러시아인들의 미국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이들의 미국 내 자산 동결 등이 담긴 법안이다.
책은 한때 러시아의 최대 외국인 투자자에서 러시아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운동가로 변신한 저자의 20여 년간의 기록이다.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러시아의 각종 부정부패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1인 독재체제 이후 벌어진 의문의 암살 사건들을 담아낸 논픽션이다.
저자는 1990년대 초반 미국 월가의 한 투자은행(IB)에서 우연히 동유럽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러시아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다. 그가 러시아에서 찾아낸 투자 묘수는 ‘반(反)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전략이었다. 러시아 최대 에너지 기업인 가스프롬의 지분을 매입한 뒤 이 회사 경영진의 비리를 폭로했다. 단기적으로는 손해지만 장기적으로는 투명하고, 정상적인 기업 운영을 가능케 했다. 그는 가스프롬에서만 1000%가 넘는 수익을 올리며 수조 원을 소유한 자산가로 거듭났다.
푸틴 대통령도 그의 든든한 조력자였다. 2000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러시아를 거머쥔 푸틴은 권력 장악을 위해 자신에게 걸림돌이었던 올리가르히를 제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의 밀월은 오래가지 못했다. 러시아의 정치와 경제 권력을 확실히 장악한 푸틴에게 저자의 폭로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러시아 정부는 2005년 저자의 비자를 강제로 빼앗고, 다시는 러시아 땅을 밟지 못하게 한다. 저자가 러시아에 세웠던 사업체들은 줄줄이 정부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와 함께 일했던 러시아인들은 의문의 죽음을 맞거나 고향을 떠나 망명 생활을 해야 했다.
최근 영국 런던에서 반러시아 인사들의 의문스러운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 정부의 비밀공작이라며 외교관 2명을 추방하는 등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한반도와 뗄 수 없는 국가라는 점에서 그들의 시스템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한 지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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