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천재’ 아인슈타인도 실수를 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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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일생 최대의 실수/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이덕환 옮김/367쪽·2만 원·까치

천재도 실수를 한다. 사상 최고의 천재들을 꼽자면 빠질 수 없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도 그랬다. 책은 24개 언어로 번역된 베스트셀러 ‘E=mc²’의 저자가 아인슈타인의 잘못된 결정과 오만에 초점을 맞춰 쓴 전기다.

저자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의 첫 번째 실수는 이른바 ‘우주상수’(우주를 불변의 것으로 서술하기 위해 방정식에 추가한 상수)를 도입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1915년 찾아낸 일반상대성 이론은 질량과 에너지가 공간을 휘게 만든다는 것. ‘사물(T)이 변형된 기하학적 구조(G)를 만들어낸다’는 걸 압축하면 방정식 ‘G=T’로 표현할 수 있다.

문제는 당대 천문학적 지식과 이 방정식이 배치된다는 데 있었다. 허블이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욱 빨리 멀어진다’는 걸 알아내기 전까지 천문학자들은 별들이 대체로 고정된 위치를 중심으로 회전할 뿐 별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헌데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별들은 공간을 휘게 만들어 점점 하나로 뭉쳐져야 했다.

자신의 이론이 당대의 지배적 지식, 관찰적 증거와 배치되는 걸 알고 아인슈타인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는 1917년 불만에 가득 차 자신의 아름답고 단순한 방정식을 ‘G-Λ(람다)=T’로 수정했다. ‘Λ’가 우주상수다. 별들이 뭉치게 만드는 인력의 일부를 제거하도록 방정식을 고친 것이다. 결국 아인슈타인은 나중에 다른 학자들의 지적을 받고 자신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했다.

그의 두 번째 실수이자 더욱 치명적인 잘못은 초미시 영역에서 발전한 물리학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질서정연하고 논리적인 원리에 의해 지배된다고 확신했고, 양자역학의 불확정성과 무작위성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치의 위협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1933년 이후 그는 세계 물리학계에서 외면당했으며 스스로도 양자역학의 발전을 외면했다.

책은 세상을 바꾼 위대한 과학자가 자신의 편협한 사고에 갇혀 버린 채 말년을 낭비하게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아인슈타인의 삶과 내면, 사고와 과학자들의 논쟁 과정이 흥미롭게 버무려져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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