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안에선 하나” 국경과 불신을 허문 평화의 ‘사운드 폭설’

  • 동아일보

日 4인조 그룹 ‘모노’­… 국악기 록밴드 ‘잠비나이’와 한무대

21일 밤 서울 도봉구 플랫폼창동61 무대에서 연주하는 일본 밴드 모노. 왼쪽부터 요다(기타), 구니시 다마키(베이스기타), 다카다 야스노리(드럼), 다카(기타). 텔테일하트 제공
21일 밤 서울 도봉구 플랫폼창동61 무대에서 연주하는 일본 밴드 모노. 왼쪽부터 요다(기타), 구니시 다마키(베이스기타), 다카다 야스노리(드럼), 다카(기타). 텔테일하트 제공
 “정부는 서로 미워하더라도 우리는 서로 사랑합시다!”

 21일 오후 9시 서울 도봉구 플랫폼창동61의 공연장 ‘레드박스’ 무대에서 일본 4인조 밴드 ‘모노(MONO)’의 리더 다카(본명 고토 다카키라)가 이렇게 외쳤다. 이어 연주된 이날의 앙코르 곡은 ‘Everlasting Light(영원한 빛)’.

 모노는 1999년 일본 도쿄에서 결성된 세계적인 포스트록(post-rock) 밴드다. 예쁘장한 주제선율을 반복하다 잔향 섞인 굉음으로 발전시키는 10분 내외의 극적인 연주곡들로 유명하다. 이들의 신작 ‘Requiem for Hell’까지 석 장의 음반은 너바나의 음반 제작으로 유명한 스티브 앨비니가 프로듀스했다. 매년 50개국 이상을 돌며 관객의 혼을 빼는 모노 특유의 격정은 이날 무대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국악기로 격렬한 록을 연주하는 잠비나이와 1, 2부로 나눠 꾸민 이날 공연은 격정과 격정이 충돌한 뜨거운 링이었다.

 공연 시간 동안 눈은 그쳤지만 장내엔 사운드의 폭설이 쏟아졌다. 빠른 트레몰로로 연주되는 전기기타 소리는 일그러지고 증폭되며 과장된 울림을 타고 울창해졌다. 피아노로 치면 서스테인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은 채 빽빽이 늘어선 32분 음표를 모조리 새하얀 2분 음표로 바꿔 첩첩이 쌓아가는 형국이다.

 90분간 혼돈과 몰아의 코너로 몰아넣는 잔향의 소용돌이 앞에 굴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소용돌이야말로 모노 음악의 정수니까.

 두 기타리스트는 시종 의자에 앉아 연주했다. 둘째 곡 ‘Death in Rebirth’의 피날레에서 둘은 비로소 의자에서 내려와 무대 위에 무릎 꿇었다. 왼손으론 허공에 기타를 치켜들고 오른손으론 바닥에 놓인 이펙터를 조절하며 굉음과 잔향을 제어했다. 넷째 곡 ‘Pure as Snow’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아름다움과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의 굉음을 결합하려는 시도에서 모노가 출발했다”는 다카의 말이 가장 뜨겁게 육화된 곡이었다. 옥타브 주법으로 선율들은 일순 원혼들의 보칼리제처럼 폭발해 분출했다. 다카는 하이라이트에서 고장 난 듯 잔향을 뿜는 기타를 아예 바닥에 눕혀둔 채 그 옆에 절하듯 엎드려 이펙터를 조작했다.

 숙소에서 다카를 만나 물었다. 곡의 크레셴도를 열연할 때 어떤 생각을 하느냐고. “제어할 수 없는 에너지를 향해 다이빙하는 느낌이에요. 저희 음악은 어둠의 터널을 뚫고 끝없이 나아가 결국 눈부시게 밝은 작은 구멍을 만나는 여정입니다.”

 그는 “밴드 이름인 모노는 ‘하나’를 뜻한다”고 했다. “경계도, 국적도 없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사람들. 평화 말입니다. 정부 대 정부, 인간 대 인간은 반목하기 쉽지만 음악 안에서만큼은 완벽한 하모니가 가능합니다. 전 그것을 믿습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모노#잠비나이#국악기 록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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