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사무총장 유창혁씨 “프로기전 팬과 즐기는 대회 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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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 사무총장 오른 유창혁 9단

일지매’라는 별명을 가진 유창혁 9단은 공격적이고 화려한 기풍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바둑계의 간판스타로 활약했다.
한국기원 제공
일지매’라는 별명을 가진 유창혁 9단은 공격적이고 화려한 기풍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바둑계의 간판스타로 활약했다. 한국기원 제공
 “그동안 사회 발전 속도에 비해 바둑계, 한국기원, 기사들의 발전 속도는 많이 더뎠던 게 사실입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 이후 모처럼 생긴 바둑 붐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바둑계의 발전 속도를 높이겠습니다.”

 유창혁 9단(50)이 한국기원 사무총장에 1일 취임했다. 2014년 3월부터 한국기원 행정을 총괄하던 상근부총재 직이 이번에 폐지돼 실무적으론 사무총장이 가장 높은 직위가 됐다. 한국기원 사무총장 직은 4월 양재호 9단이 일신상 이유로 사퇴한 이후 공석이었다. 박치문 부총재는 업무 인수인계 후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국내외 대회에서 24번 우승해 인기가 높았던 유 사무총장은 “무엇보다 팬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바둑을 배우는 사람은 많아졌는데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즐기는 인구는 적어요. 소외됐던 바둑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프로기전이 팬들과 같이 즐기는 대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는 최근 한국기원과 사실상 결별한 아마추어 단체인 대한바둑협회와의 협력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시간을 갖고 접근하겠다”며 “조직 통합은 당장 힘들겠지만 서로 보완관계이기 때문에 머리를 맞대면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대표팀 감독도 2년 반 넘게 맡았다. 현재 세계기전에서 중국에 밀리는 현상에 대해 “단기적으론 기사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는데 장기적으로 국가대표팀 시스템과 여건을 바꾸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력이 좋은 기사들 가운데 국가대표팀에 들어오는 게 부담스럽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만큼 국가대표팀에 대한 지원이 미미한데 의무만 많다는 의미입니다. 국가대표가 되는 걸 영광스러워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지원책을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그는 이어 “솔직히 부담되는 과제가 많다”며 프로바둑의 양극화 현상을 지적했다. 그는 “상금제가 강화되고 전 기사가 참가하는 전통적인 신문기전이 퇴조하면서 상금과 대국이 상위 랭커 쪽으로 점점 쏠리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라고 밝혔다. 

 또 이세돌의 프로기사회 탈퇴 건도 난제로 꼽았다. 그는 당사자 간에 해결될 수 있도록 중재하고, 이사회와 한국기원의 의사를 물어 대응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이창호 9단(41)은 한국기원 이사와 운영위원으로 새로 위촉됐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유창혁#바둑#한국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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