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영화 같은 속도감-몰입도… 비틀스, 21세기로 돌아오다

  • 동아일보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

순회 공연 중 휴식을 취하는 비틀스.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존 레넌(오른쪽)과 왼쪽 끝에 링고 스타가 보인다. 미디어로그 제공
순회 공연 중 휴식을 취하는 비틀스.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존 레넌(오른쪽)과 왼쪽 끝에 링고 스타가 보인다. 미디어로그 제공
 론 하워드 감독(‘분노의 역류’ ‘뷰티풀 마인드’ ‘신데렐라 맨’)은 창고에 처박힌 50년 된 잡동사니를 이어 붙여 꿈틀거리는 살색 유기체를 만들었다.

 비틀스는 신기루다. 이 행성에 단 11년(1960∼1970년)간 존재했다 사라졌다.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투어링 이어즈’(10월 20일 개봉·2시간 17분)는 1962∼1966년의 비틀스에 초점을 맞췄다. 대중음악사에 재현되기 힘든 5년. 비틀스는 1년에 두 장씩 정규음반을 내며 세계를 순회했고 베이비붐으로 폭증한 10대들은 오열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 다큐멘터리의 핵심은 복원, 편집, 극적 연출에 있다. 비틀스의 당시 인터뷰와 일상, 공연 실황을 담은 각종 영상과 사진 자료의 화질과 음질을 첨단 디지털 기술로 개선했다. 그렇게 다듬은 ‘원재료’에 다시 줌, 팬, 클로즈업, 색온도 변형, 애니메이션 기법 등 갖가지 영상 연출과 편집을 가미해 극영화 못지않은 속도감과 몰입도를 뽑아냈다. 비틀스가 빅뱅처럼 활동 중인 팀이라는 착각마저 들 지경이다.

 영화는 도입부의 1963년 맨체스터 공연 영상부터 놀라운 색감과 생동감을 보여준다. 비틀스 네 멤버의 활기와 유머감각을 담아낸 감성적 연출도 한몫한다. 공동 주연은 비틀매니아(비틀스 광)의 광기에 대한 감각적이고 재치 있는 스케치. 대중과 미디어의 뜨거운 조명 아래 온실 속 화초처럼 웃자라고 지친 비틀스는 1966년 공연 전면 중단을 선언하고 녹음실로 들어가 버린다.  놀라운 영웅에 관한 놀라운 영화다. ★★★★☆(9.1점/10점 만점)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비틀스#에잇 데이즈 어 위크#존 레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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