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낭만주의자’ 슈만, 느린 악장은 짧고 소박했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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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슈만
로베르트 슈만
독일 중기 낭만주의 음악의 대표자 중 한 사람이 로베르트 슈만(1810∼1856)입니다. 그는 낭만주의 시대의 소설과 시를 비롯한 문학작품에서 깊은 영감을 받아 음악작품에 녹여 넣었고, 스승의 딸이자 당대 최고의 여성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 비크와 유명한 사랑을 했습니다. 요즘 표현으로 ‘한 낭만’ 했던 예술가임에 틀림없죠. 하이네의 시에 곡을 붙인 그의 대표 가곡집 제목도 ‘시인의 사랑’입니다.

이런 그의 면모를 보면 특히 그의 대곡 중 느린 악장은 하염없는 동경과 애틋한 슬픔까지 굽이굽이 펼쳐질 것 같습니다. 차이콥스키의 느린 악장이 그렇듯이. 그러나 실제는 기대와 다릅니다. 그의 교향곡 네 곡과 협주곡 세 곡을 들어보면 하나같이 느린 악장은 짧으며 간소하고 소박한 ‘로망스’ 스타일입니다. 길고 곡진한 슬픔이나 감상의 토로는 없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물론 분명히 드러나는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슈만의 대곡들은 빠른 악장들조차도 지극히 감성적이고 낭만적이기 때문에, 느린 악장까지 너무 무겁게 가져가면 전체 작품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을까 슈만이 염려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점은 슈만의 제자인 브람스가 스케르초 악장에 대해 취한 자세와도 비슷합니다. 베토벤 이후 교향곡에는 빠르고 신랄하며 유쾌한 3박자의 ‘스케르초’ 악장이 들어가는 것이 전통입니다. 그렇지만 브람스의 1, 3번 교향곡에는 스케르초가 없고, 2번 교향곡 3악장은 스케르초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실상은 느릿한 전원춤곡과 같은 악장입니다. 4번 교향곡 3악장도 스케르초라고 하지만 짝수 박자로 되어 있어서 베토벤식 3박자 스케르초와 다릅니다. 전체 작품에 씁쓸하고 떨떠름한 느낌이 들어가기 일쑤인 브람스였던 만큼, ‘톡 쏘는 농담’ 같은 진짜배기 스케르초까지 넣는 일은 피하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성기선 지휘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슈만 서거 160주년 기념음악회’라는 제목으로 슈만의 만프레드 서곡, 바이올린 협주곡, 교향곡 4번을 연주합니다. 모두 구구절절한 느린 악장은 없지만, 새봄에 어울릴 만한 독일 낭만주의의 향기가 물씬한 작품들입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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