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올해 만우절은 부소니 탄생 150주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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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초 부소니
페루초 부소니
“만우절에 태어난 작곡가도 있을까?” 이번 주 금요일은 4월의 첫날이자, 어지간한 거짓말은 깔깔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날이죠.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20세기 초 피아노 음악에 육중한 자취를 남긴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두 사람이 우연히도 이날 나란히 탄생했습니다. 이탈리아의 페루초 부소니(1866∼1924)와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입니다. 혹 일곱 살 차이인 두 사람이 만나 생일을 놓고 웃음 섞어 얘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을까, 궁금해집니다.

부소니는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았습니다. 라흐마니노프처럼 널리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작곡가는 아니지만, 올해 조명을 받을 기회는 많을 듯합니다.

우선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바로 부소니의 생일날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통영국제음악제 일환으로 리사이틀을 갖습니다. 부소니의 ‘바흐 환상곡’, ‘카르멘 환상곡’, ‘투란도트의 규방(閨房)’ 등을 연주합니다.

이탈리아 중북부 토스카나에서 태어났지만 부소니의 음악은 이탈리아적이라기보다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음악을 연상시키는 중후함과 구조적 논리성이 특징입니다. 어머니가 독일계였던 데다 유년기에 빈 음악원에 유학했던 일이 영향을 미쳤을 법합니다. 바흐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을 편곡해 연주하는 일에도 열심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피아노의 신고전주의자’라고 불립니다.

그의 이름을 딴 부소니 국제피아노콩쿠르도 제1차 세계대전 이전 오스트리아 땅이었던 이탈리아 북부의 볼차노에서 열립니다. 지금도 이탈리아어와 독일어가 함께 공용어로 쓰이는 고장이죠. 부소니 국제피아노콩쿠르는 피아니스트 서혜경이 1980년 1위 없는 공동 2위로 최고 순위 입상의 성과를 거뒀고, 지난해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마침내 1위 우승의 영광을 안았던 그 콩쿠르입니다.

통영국제음악제 얘기를 꺼내고 보니 남해안의 4월 초 햇살이 문득 그리워집니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기간과 겹치는 바람에 제가 이 축제 현장에 가본 것도 벌써 몇 해가 지났군요. 뒤늦게 가만히 고속버스 시간표를 열어봅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부소니#작곡가#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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