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은 좁아” 우주로 가는 대중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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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천체에 관한 가사를 담은 노래를 발표한 브라운아이드걸스와 장재인, 그리고 우주에서 이름을 따 데뷔하는 ‘우주소녀’의 멤버들. 에이팝·미스틱89·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왼쪽부터 천체에 관한 가사를 담은 노래를 발표한 브라운아이드걸스와 장재인, 그리고 우주에서 이름을 따 데뷔하는 ‘우주소녀’의 멤버들. 에이팝·미스틱89·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내년 초 12인조의 국내 최대 규모 여성 그룹이 데뷔한다.

씨스타, 케이윌이 소속된 한국의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한경, 조비창이 속한 중국 대형 기획사 위에화엔터테인먼트가 각각의 연습생을 조합해 만든 한중 합작 팀이다. 이들은 여러모로 남성 그룹 엑소를 떠오르게 한다. 한중 멤버가 섞인 12인조인 데다 그룹명이 ‘우주소녀’이기 때문이다. 우주소녀는 최근 우주를 이루는 네 가지 원소를 콘셉트로 세 명씩 짝을 지어 차례로 멤버를 공개하고 있다. 양국을 아우르고 아시아 전역을 노린 거대 프로젝트에 ‘우주’란 이미지를 차용한 이유는 뭘까.

‘엑소 플래닛(외계 행성)에서 온 12인의 초능력자들’이란 콘셉트로 데뷔했던 엑소는 며칠 전 발표한 겨울 특집 앨범 ‘Sing For You’의 표지에 멤버들이 우주복을 입은 이미지를 내세웠다. 음반 속 화보에는 엑소 멤버로 보이는 우주인이 우주공간에서 거대한 고래를 만나는 장면을 넣었다. 엑소는 앞서 지난달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예고편 격인 신곡 ‘LIGHTSABER’(광선검)를 발표하고 뮤직비디오에서 광선검을 들었다.

가사부터 화보, 그룹명까지. 우주에 관한 메시지와 이미지가 최근 가요계 곳곳에 침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영화 ‘그래비티’(2013년) ‘인터스텔라’(2014년) ‘마션’(2015년)의 연속 히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2013∼2014년)의 인기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개봉(12월 17일)이 이런 경향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한다. 가요계뿐만 아니라 ‘우주의 얕은 꿀팁’을 표어로 우주인을 마스코트로 내세운 ‘피키캐스트’, 김태희가 우주인으로 분한 화장품 광고까지 우주의 이미지를 차용한 다른 콘텐츠도 줄을 잇고 있다.

‘우주를 건너’라는 노래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백예린.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우주를 건너’라는 노래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백예린.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JYP 소속 솔로 가수 백예린은 최근 발라드 ‘우주를 건너’로 인기를 끌었다. ‘혼자서 널 기다릴 때면/나 혼자 다른 행성에 있는 듯해…너와 나 사이의 우주를 건너 내게로/날아와줘 더이상 기다리게 하지 마’ 하는 후렴구에선 ‘would you like to come over to me’의 ‘would you’와 ‘우주’의 발음 유사성을 운율로 이용했다.

싱어송라이터 장재인이 올해 6월 발표한 발라드 ‘나의 위성’도 비슷한 구조를 지녔다. ‘…움푹 패인 큰 상처로/더 크게 너를 도려내고 나면/나를 기억하게 될까/내 위성 그 안의 너만의 그 행성…’ 하는 가사에 운석과 위성, 행성의 이미지가 있다.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지난달 새 앨범 ‘BASIC’에 양자역학과 천체물리학 관련 용어와 이미지를 도입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돌 가수는 팬들에게 신비감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우주가 각광받는 것은 뱀파이어와 좀비 스토리(샤이니, 빅스)부터 로미오와 줄리엣(샤이니 ‘줄리엣’, 남성 그룹 로미오)까지 다양한 고전과 신화를 차용해온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본다”고 했다.

‘우주소녀’의 데뷔를 준비 중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서현주 이사는 “‘12’는 그리스 신화부터 피아노의 건반, 별자리, 띠까지 우주와 상통할 수 있는 숫자”라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시공간을 포괄하는 우주(universe)에 국경을 초월해 보편성을 추구하겠다는 뜻도 담았다”고 말했다.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2015년은 아이돌 음악계가 리셋된 해”라면서 아이돌 유행의 회귀 현상에 주목했다. 그는 “‘H.O.T.’ ‘S.E.S.’가 우주적인 소재의 의상이나 이미지를 내세웠던 것이 떠오른다. 신인 그룹 세븐틴과 트와이스의 부상, 여성 그룹 ‘여자친구’의 예에서 보듯, 국내 1세대 아이돌의 상큼한 이미지와 음악 스타일이 참조되는 경향이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우주소녀#엑소#브아걸#백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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